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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r 12. 2023

어서 오세요, 동자동 3층 아지트 글쓰기 특수부대에!

★참.여.만.해.도※무조건※글/쓰/기☞가능☜


11시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전 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서로 존댓말을 하는 친구 사이 (훗. 멋진 으른의 친구관계.)가 된 롱롱씨와 이른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서울스퀘어 지하에 있는 고래카레를 먹기로 했는데 도착하니 문 닫음.


오늘은 밥을 먹고 싶었기에 밥 메뉴를 파는 곳을 찾다 보니 홍대 개미집이라는 덮밥집으로 가게 되었다.


부산에 있는 낙곱새 맛집 개미집이랑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브랜드였다.


나는 베스트 메뉴인 소고기 스테이크 덮밥, 롱롱씨는 간장새우 덮밥을 시켰다.


어제 오픈한 더글로리 시즌2 이야기를 신나게 했고, 둘 다 아직 정주행 완료를 못 하고 2~3편 남은 상태라 앞으로 어떻게 스토리가 흘러갈지 신나게 예측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챗GPT가 영어 강사에게 미치는 영향을 궁금해하길래, 강사 단톡방 및 내가 경험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서 아직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류가 사진술을 발명했을 때, 화가들은 더 이상 사실과 똑같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졌기에 다양한 표현 기법과 OO주의 같은 미술 사조가 발달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챗GPT가 뭔가 인간이 창작하는 것들을 똑같이(또는 어떤 기준으로는 더욱 우수하게) 창조해 낸다 해도, 결국 인간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니즈가 언제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음.. 아니면 어쩌지?) 펼치며 덮밥 밥알이 튀도록 역설했다. 


덮밥에 있던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에 질긴 힘줄 부분이 있었지만 꼬득꼬득 씹어 삼키고 찻집으로 갔다.


애플파이와 차를 맛보면서 그녀의 이사와 앞으로 내가 계획하는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나왔다.


나를 모임장소 근처까지 데려다준 롱롱씨는 반대편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정말 날이 좋아서 콧노래가 절로 나옴.) 일부러 느릿한 걸음을 걸으며 서울역 앞에 있는 뒷골목(앞에 있는 뒷골목? 말이 이상하지만.)을 누볐다.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부터가 좀 웃기다.


이게 서로 얼굴은 한 번 본 사이(못 본 사이도 있음)인데 글을 봤던 사이라 그런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면, 그 사람과 내적 친밀감이 쌓이는 듯한 그런 게 있나 보다.


뭐 원래도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긴장도는 높지 않지만, 너무 뻔뻔하게 편안하게 사부작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버림.


지난번 첫 모임과는 다르게, 이번 모임은 글쓰기 특전사를 육성하는 특수부대 유격훈련이 아니었나.... (먼산)


잠시 숨을 고르며 조원들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어느새 리나 작가님의 글쓰기 채찍질이 시작되었고 (꺄하하~! 명랑하게 웃으며 가죽 바디슈트를 입고 글감 채찍을 휘두르는 글쓰기 마녀 리나 작가님이 상상되는 건 왜 때문일까....)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해야 했다. (좋았다는 뜻입니다.☺️☺️☺️ )



저의 상상일 뿐 작가님과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오해 금지!!



지하 작가님과 신백 김재호 작가님으로 이루어진 웃수저 콤비의 티키타카도 재미있었고,


변지혜 작가님의 밝고 활기찬 모습 속에 있는 속 이야기에 모두가 울보가 되고,


토크쇼라는 비전을 가지고 말씀하시던 큰 생각 김은실 작가님의 초대손님 리스트에 영광스럽게 이름도 적히고,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라 그런지 한 편의 동화책이 눈앞에 펼쳐지던 한혜화 작가님의 글에 모두가 감탄하고,


가족과 나 자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시간관리를 해야만 했던 모니 석경화 작가님의 마인드맵에 우리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고,


별로다 별로야 하면서 운을 뗐지만 안 별로인 엄청난 글을 짓는 느림보 정현석 작가님에게 손뼉 쳤고,


재치 있으면서 오감을 모두 사용해서 오행시를 지으셨던 스칸디맘 정옥제 작가님은 나를 (좋은 의미로) 소름 돋게 하셨으며,


단단하고 오롯이 서며 중심을 잡는 글을 쓰셔서 궁금했던 박해경 작가님은 봉사까지 하시며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계심에 존경스러웠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신 우리의 영원한 기수장 현주 작가님이 살려고 했던 첫 번째인 바느질에 더해 두 번째로 글쓰기가 그녀에게 힘이 될 수 있음에 기뻤다.


옷차림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진청과 찢청 사이, 필영 작가님과 리나 작가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오늘의 공식 모임은 여기서 종료.


워씨. 간단히 정리하려고 했는데 벌써 A4 한 장을 다 써버렸다.


무섭군. 이게 바로 습관의 힘이라는 건가.


아직 66챌이 끝난 지 하루 밖에 안 지나서 군기가 바짝 들어있나 보다.


11시 점심약속, 1시 글쓰기 유격훈련, 7시 방통대 강의, 11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자발적(!) 글쓰기까지.


오. 반하겠어. 이런 나 제법 갓생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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