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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r 31. 2023

파이프

 눈앞에 파이프가 있다. 파이프 안에는 무언가가 흘러간다. 한쪽 방향에서 밀려들어온 것이 반대편 방향으로 다시 나간다. 안에 흘러가고 있는 것이 물이든 가스이든 상관없다. 파이프는 그저 어디선가 들어온 것을 다시 어디론가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글쓰기는 파이프와 같다. 내 마음 속에 나타나는 무수한 생각과 느낌들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 그 누군가는 나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에서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N형에 속한다. S형의 사람들은 공상이나 ‘만약~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아무 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쉴 새 없이 운영되는 24시간 편의점처럼 내 머리도 그렇다.


 만약 그 많은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은 채 짊어지고 간다면 머지않아 내 머릿속은 꽉 막혀버린 파이프가 일순간 터지듯 빵!하고 폭발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순간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들을 글이라는 파이프를 통해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전달한다.


 파이프는 양쪽편이 모두 어딘가와 닿아 있다. 한쪽만 연결된 파이프는 없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은 내가 쓰지만 그 글은 누군가와 닿아 있다. 아까도 말했듯 누군가는 나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글은 나 혼자 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소통을 위한 것이다.


 머리와 마음에 무언가 가득 찬 것 같다면, 한 번 파이프 안에 크게 소리를 질러 보자. 동그란 소리가 저 반대편으로 굴러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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