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Mar 10. 2023

30대가 되면 물결과 점을 많이 쓰는 이유



ㅇㅋ
오키
오키~~



세 메시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은 같습니다.


알겠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첫 번째 줄을 10대 때 많이 썼고요.


두 번째 줄은 20대 때, 그리고 30대인 지금은 세 번째 줄로 의사표현을 가장 많이 합니다.






제가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이겁니다.


"제발 글씨 좀 예쁘게 써라."


가끔 보면 자기가 쓴 글씨도 못 알아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잔소리를 한 푸대 더 선물해 주지요.


아이들에게 글씨를 잘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얘들아, 글씨는 왜 쓰는 거냐?"


"보라고요."


"그렇지. 글씨는 상대방이랑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야. 목적이 의사소통이라고. 의사소통이 뭔데?"


"서로 이야기 나누고 말하는 거요."


"그니까. 서로 알아듣고 알아볼 수 있게 해야지, 이렇게 해 놓으면 아무도 이걸 알아볼 수가 없잖아. 심지어 너도 못 알아보게 쓰면 이걸 도대체 왜 쓴 거냐."



말과 글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일기는 혼자 쓰는 것 아니냐고요?


일기 역시도 나와 내가 나누는 대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글을 쓰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도구이니까요.


마음속의 나와 글을 쓰는 내가 서로 소통을 하는 도구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ㅇㅋ든, 오키든, 오키~~ 든 전달하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저의 카톡방 말풍선에는 물결과 점들로 도배가 되어 있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둥글게 살고 싶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안 그래도 삶 속에서는 피곤한 상황들이 아주 많은데, 괜한 오해나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우리가 어릴 때는 엄마에게 떼를 피웁니다.


직설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드러눕든 소리를 지르든 울든 어떻게든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합니다.


자비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삶을 살다 보면 우린 슬프지만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친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요.


그럴 때 전화로 "바쁘시겠지만~" 이라든지 "번거로우시겠지만~"이라는 쿠션어를 사용하면서 상대방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청자로 하여금 행동을 이행하게 만듭니다.


이런 쿠션어를 글로 바꾸면 그게 바로 물결~~ 과 점... 들이 아닐까 합니다.


내 말을 곡해하지 마~~ 나 지금 너에게 딱딱하게 가 아니라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야~~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10대 때는 친구가 엄청 많았고, 1년마다 새로 반이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대항해시대가 아닌 대친구시대였습니다.


ㅇㅋ 달랑 하나 보내고 친구가 서운해해도 얼마든지 그 오해를 풀 시간과 품을 들일 수 있었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친구들을 얼마든지 사귈 수 있었어요.


20대 때는 오키 정도로만 말해도 충분했고요. 물론 지금도 ㅇㅋ를 하든 오키를 하든 친한 친구들은 그걸 보고 왜 이렇게 딱딱하게 말하냐는 둥의 오해는 하지 않지만요.


이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었거든요.


탈모 걱정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있는 머리카락 지키기도 어려운데 새로 머리가 나게 한다? 이건 맥주 효모 잔뜩 바르고 종로 5가 탈모약 성지를 방문해도 힘들거든요.


30대 이상이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있는 친구 지키기에도 피땀 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걸 친구들한테 말하고 싶은가 봐요.


나, 너 잃고 싶지 않아. 나, 너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있어. 날 떠나지 말아 줘.


저의 처절한 표현이 물결과 점으로 나타납니다.


친구가 아닌 사람에겐 괜한 오해와 갈등으로 낭비할 에너지가 없으니까 사용하는 것 같고요.


물결과 점이 촌스럽나요? 촌스러워도 괜찮습니다.


무언가를 지키는 일은 촌스러워도 괜찮습니다~~~






해파리는 헤엄칠 힘이 없다고 거친 파도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물결이 흐르는 대로 떠다니며 산다고 합니다.


내가 힘이 없으면 물결에 좀 기대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이 동쪽으로 흐르면 동쪽으로 같이 흘러가고, 남쪽으로 흐르면 같이 남쪽으로 좀 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반대 물결을 만나는 날엔 제 자리로도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세차 괴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