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Mar 27. 2023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제1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제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나는 6차에서 7차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라는 과목을 배우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단원명이 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 첫머리에 배우는 7과 정도의 단원명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중등 교과서가 대부분 8 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 때는 10~12 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중간고사, 기말고사마다 각 2과씩 시험을 보지만 우리 때는 3개 과가 시험범위였다.) 



How was your vacation?



선생님들은 보통 그날의 날짜를 확인하고 해당 날짜와 동일한 번호의 학생이 지문을 읽게 시켰다. 


오늘이 27일이라면 27번 학생이 읽고, 그다음엔 37번 학생, 그다음엔 7번 학생... 

(지금은 한 반에 25명 내외로 있지만 우리 때만 해도 45명 내외였다.) 


그날은 내 번호와 똑같은 날짜였나 보다. 


선생님: 자, 본문 읽어봐.


 나는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읽지 못하였다. 


how와 who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몰랐고, 주변에 영어 학원을 일찌감치 다녀 그 나이 치고는 유창하게 영어를 읽어내던 친구들이 의식되어 주눅이 든 탓도 있었다. 


결국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나는 영어 수업이 점점 공포스럽게 느껴질 지경에 달했고, 엄마에게 선언했다.



엄마, 나 영어학원 다니고 싶어.



그렇게 엄마를 졸라서 다니게 된 첫 영어학원. 


보습학원이 아니라 어학원이었기에 원어민 선생님도 계셨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 선생님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온 Nick 선생님과 Larry 선생님은 둘 다 곰처럼 덩치가 크지만 상냥한 남자 원어민 선생님이었다. 


원어민 선생님들의 하얀 피부색과 신비로운 파란색 눈동자는 어린 내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한국인 여자 Jenny 선생님은 첫 시간에 내게 영어 이름이 있냐 물었고, 내가 없다 하니 원하는 이름으로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내가 재미나게 읽던 어린이용 탐험 소설의 주인공은 아만다와 제니퍼였다. 


친절한 Jenny 선생님과 비슷한 이름이 더 낫겠지 싶어서 제니퍼로 정했다. 


웃긴 건 제니퍼로 하겠다고 해놓고 영어 스펠링을 몰라 선생님께 물어봐서 열심히 외웠다. 


‘제니퍼 이름에는 n이 두 개가 들어가는구나.’ 


주변 친구들은 Kate나 Helen 같이 짧고 비교적 쉬운 이름이었다.


영어도 모르는 내가 철자도 많고 긴 이름을 선택했던 건 어쩌면 내 인생에서도 영어가 긴 시간 동안 함께 한다는 복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편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매거진의 이전글 필링 도넛이 되어 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