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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27. 2023

운동화 빨래 하기 정말 싫어요


난 불량 주부다.


빨래는 그냥 세탁기에 모두 때려 넣고 일주일에 한 번 돌려버린다.


내 지인은 세탁물을 구분하여 주 5일 빨래를 한다.


수건, 속옷, 외출복, 양말, 잠옷을 전부 나누어서 따.로.따.로.


정말 부지런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부지런하지 못한 내게는 다행히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들어준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


기계들이 결과물을 뱉어내면 대충 개서 넣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는 운동화 빨래다.


흙먼지가 묻어 원래의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웃솔,


풀리면 귀찮으니까 두 번 질끈 묶어둔 운동화 끈은 매듭의 모양 그대로 때가 꼬질꼬질,


삼겹살집에서 김치를 구워 먹다 흘렸는지 뭔지 불그죽죽하게 뉴발란스 로고 옆이 얼룩져 있는 나의 운동화...


얘를 째려보면서 한숨을 쉰다.


운동화 빨래는 정말 귀찮다.


끈을 하나하나 빼서 비누칠해서 조물조물해서 옆에 던져 놓고,


세제를 섞은 미지근한 물에 푹 담가두었다가 솔로 박박 문대야 한다.


벌써 팔뚝의 삼두가 아이고 나 죽네 하고 쪼그린 무릎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으, 지긋지긋해!



또 이 과정을 꾸역꾸역 견뎌낸다 해도 날씨와의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


물론 건조기에 신발 말리는 트레이와 기능이 있지만 모름지기 운동화라면 쨍쨍!한 햇볕에 태양초 말리듯 빼짝!말려줘야 기부니가 좋거든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검색을 좀 해보니 크린토X아 같은 세탁 프랜차이즈에서도 운동화 세탁을 해주는데,


신발이 망가지거나 맘에 들지 않게 세탁되었다는 후기가 꽤나 많다.


운동화만 전문으로 세탁하는 곳은 없을까?


오! 신이시여. 이 자본주의 속 자유 시장 경제체제는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군요.


출근길에 운동화, 유모차, 카시트만 전문으로 하는 세탁소를 찾았다.


가격은 6천 원, 소요기간 일주일.


로고 옆에 붉은 음식 얼룩은 완벽히 안 지워질 수도 있다고 한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세탁만 하면 됩니다.




일주일 뒤, 걱정과는 달리 얼룩은 흔적도 없고 운동화는 마치 새것처럼 깨끗해졌다.


약은 약사에게, 운동화는 운동화전문가에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2023.04.27 다음 홈&쿠킹 탭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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