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pr 29. 2023

이글이글 불타는 내 욕망의 눈동자에 카이막이 들어왔다


꾸덕하고 부드러운 크림치즈에 구름을 섞어서 달콤한 꿀과 함께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맛!


세상에 다시없을 천상의 디저트!


백종원 아저씨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외국 음식 여행 맛보기 예능에서 소개한 이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그 주인공은 바로 카이막.


우유의 지방층만 모아서 굳힌 하얀 유제품으로, 꿀과 함께 빵에 발라서 먹는 디저트란다.


한동안 유튜브 어플을 켜기만 하면 알고리즘이 카이막을 틀어대는 통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던 이 디저트를 언젠간 먹고 말리라 다짐해 왔다.






코로나가 잦아든 강남역에는 마스크 없이 밝게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깡깡 소리를 내며 간판을 갈아 끼우고 있는 팝업 스토어, 어깨띠를 대각선으로 메고 목청이 터져라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교인들...


생동감이 넘치는 이 역삼동의 물결 속에서 카이막을 판다는 가게에 들어갔다.


하이틴 영화 여주인공의 방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아기자기하고 핑크빛으로 가득한 쇼파 좌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잠시 쉬었다 갈 것 같은 체크무늬 패브릭을 휘두른 폭신한 좌석,


이 쌈빡한 인테리어와는 언밸런스하지만 다이너스러운 주방까지 고루 갖춘 브런치 식당.





이 정도 인테리어를 하려면 평단가가 얼마나 나오려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키치한 이 식당은 애석하게도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에서 주방 직원들과 수다를 떨다 우리가 들어오니 흠칫 놀란 기색을 보이던 매니저는 이내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편한 좌석에 앉으라며 안내했다.


요새 젊은이들은 다 성수동으로 몰려간다던데.


이제 강남도 더 이상 핫하지 않은 곳인가..!?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서 5번도 넘게 확인한 메뉴판이 나왔고 직원이 곁을 떠나기도 전에 카이막 하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드디어 나도 카이막을 영접하는 것인가.


신성한 마음가짐으로 초조하게 주방 쪽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어차피 손님이 없으니 금방 나오겠지. 예상처럼 직원은 따끈한 빵과 꿀이 뿌려진 카이막을 친절히 내어주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글이글 불타는 내 욕망의 눈동자에 카이막이 들어왔다.


순수하고 순진한 카이막에 내 더러운(?) 욕망이 때 묻는 것 같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유튜버건 블로거건 극찬을 아끼지 않는 것인가.





우선 꿀이 묻어있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카이막을 조금 떠서 입 안으로 가져갔다.


혓바닥으로 카이막을 짓누르며 천천히 음미해 보는데...


음? 우유를 끓여서 하얀 막들이 올라오면 그것을 걷어서 꾹 짠 뒤 포슬포슬하게 말려서 질감 있게 간 것을 먹는 느낌이랄까.


쉽게 말하면 식감은 있고 맛은 잘 모르겠다.


무슨 우유의 고소함의 100배를 먹는 것 같다는 다른 사람들의 후기 같은 건 내겐 없었다.


꿀과 함께 섞어 먹어보니 그냥 꿀 맛이 나는 우유 시트를 먹는 느낌이다.


뭐야. 카이막은 높은 태산이요, 하지만 내 입맛은 하늘이로다.


뭐냐. 실망만 가득한 첫 카이막이었다.


이거 이거 카이막의 본토인 튀르키예 여행을 가라는 신의 계시인가.


이태원에 튀르키예식 찐 카이막 맛집이 있다던데, 여길 또 가야 하는 것인가.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더니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그만인가 보다.


입꼬리가 추욱 처진 채로 식당을 나섰다.

쩝.


그래도 먹어 봐야 알고, 해 봐야 안다.

경험은 그런 거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커피 쿠폰에 도장 10개를 다 채우게 하는 심리 비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