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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30. 2023

맛도리 운수 좋은 날


휴일의 가운데인 오늘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일어난 이유.


대학교 시절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뭐 나는 학원 강사라 근로자의 날에 쉬지는 않지만.


삼성역에서 11시 식인데 Y가 코엑스에 있는 아라비카 커피에 10시 오픈런을 하고 결혼식에 가자고 해서 일찍 나섰다.


9시 50분에 카페 앞에 도착해서 매장 내부를 기웃거렸다.


카페의 정확한 이름은 % ARABICA인데 퍼센트 기호가 한국어 ‘응’을 살짝 기울여둔 모습과 비슷해 별명이 ‘응커피’란다.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거꾸로 잔뜩 진열되어 있는 컵들에 % 로고가 연속해 있어서 응응응응응응 하고 대답을 하는 듯했다.


봄 재킷을 입었지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살짝 으슬으슬해서 가게 유리문에 비친 내 어깨는 경직된 채로 쭈그러들어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줄을 서고 뒤이어서 요가복을 입고 줄무늬 운동양말을 정강이까지 올려 신은 여자, 안경을 쓰고 바람막이를 입은 채로 얇은 파마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남자, 5살쯤 되는 여자 아이와 함께 온 아이아빠 등이 차례로 줄을 섰다.


카페 문이 열리자 딱 두 개 있는 테이블 좌석을 하나 골라 잡고 재킷으로 자리 찜을 한 뒤 주문 줄에 서니 10번째로 밀려났다.


오픈런하자던 Y는 택시를 타는 바람에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고, 미리 준비해 둔 커피가 나올 때쯤 Y가 도착해 함께 유명하다는 교토 라떼를 한 모금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가격은 시장 국밥 뺨치게 비싼데 맛은 프랜차이즈 커스텀 커피의 인생라떼보다 훨씬 별로였다.


이 커피를 7천 원 주고 사 먹으려고 줄을 서다니. 윽. 내 입맛은 아니다.


커피를 조금 마시다가 금방 테이크아웃을 해서 식장으로 향했는데, 식장 내부에 음료 반입이 금지되어서 그 참에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맛이 좋았다면 한 번에 마시기 아까웠을 텐데 오히려 잘 된 건가!?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갑자기 아침에 언니가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된 경기도 여주시의 호텔로 여행을 왔다.


장 서는 날 이래서 그나마 여주에서 유명하다는 만두집에서 줄까지 서서 20알이나 샀는데 생각보다 별 특색이 없는 만두였다.



부산의 돼지국밥, 속초의 닭강정이나 물회, 수원의 왕갈비, 포천의 이동갈비, 대구의 곱창처럼 이 지역의 명물 음식 같은 것을 검색해도 딱히 잘 나오지가 않았다.


오늘은 뭔가 맛도리 운수가 없는 날인가 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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