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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02. 2023

줌바 댄스를 추다가


‘딱 5분만 더 잘까... 그냥 오늘 운동 가지 말까...’ 


찌뿌둥한 아침,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손을 더듬더듬해서 알람 3개를 연달아 끄고 나서 마지막 알람이 울리던 참이었다. 


으. 출근이 늦은 강사에게 아침 늦잠 안 자기란 개미가 바위를 옮기는 것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불을 끄느적 젖히고 일어나 어제 만들어둔 두부김치를 뜨끈히 데워먹고 자동차의 시동을 켰다. 


차량 안 라디오는 언제나처럼 고정된 주파수인 SBS 파워FM. 


개그맨 김영철의 쾌활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5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뽈뽈 운전해 간다. 


평소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한 탓에 주차된 차에 그대로 앉아 공부방 창업 책을 읽었다. 


책에 빠져 있다가 불현듯 시간을 확인하니 어서 흔들러 갈 시간. 


줌바 댄스실에 입장하니 평소에 못 보던 사람들이 많이 서 있었다.



5월 줌바 시작합니다.
저는 강사 김XX이고요.
신나게 시작해 볼게요. 



궁둥이를 오리처럼 이리저리 씰룩거리고 밤 사이 뭉친 마디마디를 모두 풀 생각으로 남들보다 오바해서 동작을 했다. 


앞뒤 두 줄로 서는데, 하필이면 오늘 내 앞에 선 사람이 매너도 없이 지그재그로 안 서고 바로 앞에 서서 거울이 안 보였다. 



“아니 그룹 수업 처음 듣나. 앞을 떡하니 가리고 서면 어떡해? 양 옆에 사람들이 전부 앞뒤로 지그재그 선 것 안 보이나?? 참나.” 



처음 온 회원인지 자리도 가리고, 동작을 허둥대는 것이 보였다. 


겉으로 티는 전혀 안 냈지만 (나는 방구석 여포다.) 속으로 비아냥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텃세를 부리는 것 같아 퍽이나 못나게 느껴졌다. 


줌바 리듬에 맞추어 온몸을 흔들어 재끼다 보니 25분이 지날 무렵, 갑자기 머릿속에 놓쳤던 무언가가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처음 보는 회원이 많네. 줌바 선생님이 수업 시작할 때 5월 수업 시작한다고 하셨지...? 헉...!! 오늘은 달이 바뀌어 새로 수업 시작하는 날이구나!!!! 재등록 신청을 했어야 하는데, 나 지금 돈도 안 내고 무단으로 강의를 듣고 있잖아??’ 



크게 당황한 나는 갓 태어난 황새가 휘적거리며 걸음마를 하고 제멋대로 날개를 퍼덕거리는 꼴로 동작도 다 틀려가면서 허둥지둥했다.


수업 중간에 뛰쳐나가야 하나 어째야 하나 하던 차에 마침 물먹는 쉬는 시간을 주셨다.


강의실을 헐레벌떡 나와 바로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갔다. 


“안녕하세요, 제가 4월 줌바 수강생인데 까먹고 5월 재등록을 안 해서요. 지금 바로 결제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대기인원이 없이 자리가 다 차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해서요. 확인해 드릴게요. 아, 다행히 가능하시네요. 그럼 바로 결제해 드릴까요?” 



무사히 결제를 마친 뒤, 남은 25분 동안의 수업을 들을지 말지 고민하다 그냥 관두었다. 



'돈도 안 내고 수업 들을 뻔한 판에, 처음 온 회원이 잘 몰라서 앞에 가리고 섰다고 속으로 흉이나 보다니.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 으휴.' 




결과적으론 재등록을 잘해서 무단으로 수업을 들은 건 아니게 되었지만 새로 온 회원과 줌바 선생님께 왠지 죄송한 마음으로 반성하기 위해 남은 25분의 수업은 포기하고 집으로 왔다. 


6월엔 잊지 말고 재등록하고, 내일부턴 신경 쓰여하지 말고 그냥 앞줄 서야지.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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