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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03. 2023

유쾌한 찜질방 식당, 24시간 영업중! (1)


“여기 김치 좀 더 가져다 주세요”

“네~”
 
반짝반짝 싸구려 니스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통나무 그루터기 모양의 둥근 앉은뱅이 테이블.

15번 테이블까지 있는 나름 큰 찜질방 식당.

찜질방 반팔 반바지를 입고 원목 테이블에 둘러앉아 땀을 닦으며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피로를 푸는 그런 공간.




<유쾌한 찜질방 식당 대충 조감도>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방금까지 늦은 저녁식사를 먹는 가족 손님이 왁자지껄하다가 금세 정체구간을 지난 자동차들처럼 한번에 급격히 줄어든 손님들.

손님이 떠난 대여섯 테이블을 정신 없이 정리하고 있노라니 여느 때처럼 캔맥주 먹는 손님의 김치심부름이 이어진다.

저 뒤쪽에 앉은 20대 후반의 여자손님 둘은 부대찌개를 시켜 살뜰히 접시를 긁는 중이고, 원래 불법이지만 손님들이 하도 찾아대서 이번 달부터 팔게 된 캔맥주를 시켜 마시고 있는 40대 초반의 남자 세 명.

“맛있게 드세요~”

토요일 밤 9시부터 일요일 아침 9시, 12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밤 10시인 지금, 이 삼총사가 언제부터 4번 테이블에 ㅡ4번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이다ㅡ 눌러 앉아 안주도 없이 캔맥주를 각 2캔씩 비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튼 부탁한 김치를 가져다 주고 다시 한 손엔 분홍색 행주를, 다른 손엔 어느 구내식당에 가든 똑 같이 생긴 무겁고 커다란 양철 접시를 들고 진득하게 테이블에 눌러 붙은 미역국을 치우러 가려는 순간.


“저기요 아가씨”

서빙알바는 다양한 명칭을 듣게 된다.

가장 많은 건 저기요. 그 다음은 여기요. 아가씨나 이모 소리도 많이 듣고, ㅡ내가 스물 둘이건 오십 살이건 손님들에게 나는 그냥 저기요 여기요다. 물론 나도 다른 곳에 손님으로 가면 똑같고.ㅡ 그냥 본론만 “미역국백반 하나요” 하고 말하는 손님도 많고.

“예?”

“아 우리끼리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건데, 몇 살이세요? 아따 나는 아가씨 같은데 여기 야들은 결혼 하신 거 같다고 하고 뭐 대학생이면 찜질방 식당에서 밤에 일 할거 같지는 않고. 해서 우리끼리 내기를 혀가지고… 결혼은?”



사십 먹은 아저씨 셋 중 가장 유쾌한 성격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조금 소심해 보이는 아저씨와 깐깐해 보이는 콧날을 가진, 마르고 까무잡잡한 아저씨는 그저 날 관찰.

“하하하.. 알아서 뭐 하시게요~”

손님에게 내 신상에 대해 알려줘서 좋을 게 없다. 손님이랑은 그냥 적당히 비위를 맞추는 게 상책.

 
그렇게 손님들과 유쾌한 대화ㅡ아, 나는 결혼 안 한 스물 두 살 대학생이다! 아저씨들은 결국 나를’미스터리한 찜질방 알바로 남기고 아쉬워했다ㅡ가 오고가면서 테이블을 치우고, 다시 셋 만의 유쾌한 대화로 아저씨들은 돌아가고.

 
부대찌개를 먹던 여자 손님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열 두시 즈음이 되니 삼총사는 세 캔씩 비우고는 얼큰히 적당히 취해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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