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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04. 2023

유쾌한 찜질방 식당, 24시간 영업중! (2)

주방 복도에 서서 캔맥주 손님에게 나가는 커피땅콩을 몰래 먹으면서, ㅡ주방 복도는 cctv 사각지대다. 그치만 어쨌든 커피땅콩도 찜질방 재산이니 안보인다해두 몰래 먹게된다.ㅡ 삼총사 아저씨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의도했던 건 아니고 뭐. 그냥 들리니까.



“그니까! 내가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일찍 벌었음, 울 엄니 고생 덜 시키고 보냈을 건데.. 이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몬하고… 효도 하나 호강 하나 못 시켜드리고 가셨으니까! 너네들은 잘 하라고… 너들만큼은 잘 해!..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자식들아, 너들은 자식새끼도 다 있잖아..”



아.. 삼총사 유쾌남 아저씨, 얼마 전 어머니 여의셨나보다.


아까 장난끼 많아 보였던 유쾌호남형 아저씨, 그냥 가벼운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겉으로 가벼운 만큼 속으론 조금 깊어 보이는 느낌. 


커피맛 설탕 속에 숨어있는 반 쪽짜리 땅콩이 쓰다.


말 없이 젓가락으로 애꿎은 김치만 설컹설컹 눌러찍고 있는 까칠아저씨. 


다 마신 맥주캔을 다시 한 번 입에 털어 보는 소심아저씨.



잠깐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엄숙함이 4번 테이블에 내려앉다가, 이내 계산을 하러 나가자며 약간은 비척대며 일어나는 건장한 유쾌아저씨.



주방에서 나와 잰 걸음으로 얼른 포스 계산기 앞으로 간다. 


계산이야 원래 주문할 때 선불로 락커키를 찍어 손님이 나갈 때 일괄계산되지만, ㅡ가끔 소액은 현금 결제도 한다ㅡ 서빙봐야할 손님도 이제 없고 손님이 수면실 쪽으로 나갈 때 서 있는게 예의 같아서.



까칠,소심아저씨는 먼저 잘 데를 찾아보러 수면실 쪽으로, 유쾌아저씨가 계산할 필요도 없는데 계산대 앞 아이스바 냉장고를 얼쩡거린다.


약간 덩치있는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바닐라 아이스바 하나를 집는 유쾌아저씨.


“천원입니다”


찜질방 반바지에서 땀에 젖었다 마른, 막 접힌 천원을 내미는 아저씨.


“그거 아가씨 드세요. 어리신 거 같은데 고생하니까~”


이빨을 훤히 내보이며 풀린 눈으로 주무시러 가는 아저씨, 아니 손님.


결혼 일찍 하셨음, 나보다 약간 어린 또래 자식이 있었을 거 같은 유쾌아저씨.


성격은 좋아 보이시는데, 왜 결혼 못 하셨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사정은 다 있는 거니까-.


여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어 보이는, 아저씨가 준 바닐라 아이스바.


밤 12시, 포스 앞, 찜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와인바에 있을 법한 빨간색 유광 스툴에 앉아 바닐라 아이스바를 베어물고 우물거린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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