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복도에 서서 캔맥주 손님에게 나가는 커피땅콩을 몰래 먹으면서, ㅡ주방 복도는 cctv 사각지대다. 그치만 어쨌든 커피땅콩도 찜질방 재산이니 안보인다해두 몰래 먹게된다.ㅡ 삼총사 아저씨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의도했던 건 아니고 뭐. 그냥 들리니까.
“그니까! 내가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일찍 벌었음, 울 엄니 고생 덜 시키고 보냈을 건데.. 이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몬하고… 효도 하나 호강 하나 못 시켜드리고 가셨으니까! 너네들은 잘 하라고… 너들만큼은 잘 해!..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자식들아, 너들은 자식새끼도 다 있잖아..”
아.. 삼총사 유쾌남 아저씨, 얼마 전 어머니 여의셨나보다.
아까 장난끼 많아 보였던 유쾌호남형 아저씨, 그냥 가벼운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겉으로 가벼운 만큼 속으론 조금 깊어 보이는 느낌.
커피맛 설탕 속에 숨어있는 반 쪽짜리 땅콩이 쓰다.
말 없이 젓가락으로 애꿎은 김치만 설컹설컹 눌러찍고 있는 까칠아저씨.
다 마신 맥주캔을 다시 한 번 입에 털어 보는 소심아저씨.
잠깐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엄숙함이 4번 테이블에 내려앉다가, 이내 계산을 하러 나가자며 약간은 비척대며 일어나는 건장한 유쾌아저씨.
주방에서 나와 잰 걸음으로 얼른 포스 계산기 앞으로 간다.
계산이야 원래 주문할 때 선불로 락커키를 찍어 손님이 나갈 때 일괄계산되지만, ㅡ가끔 소액은 현금 결제도 한다ㅡ 서빙봐야할 손님도 이제 없고 손님이 수면실 쪽으로 나갈 때 서 있는게 예의 같아서.
까칠,소심아저씨는 먼저 잘 데를 찾아보러 수면실 쪽으로, 유쾌아저씨가 계산할 필요도 없는데 계산대 앞 아이스바 냉장고를 얼쩡거린다.
약간 덩치있는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바닐라 아이스바 하나를 집는 유쾌아저씨.
“천원입니다”
찜질방 반바지에서 땀에 젖었다 마른, 막 접힌 천원을 내미는 아저씨.
“그거 아가씨 드세요. 어리신 거 같은데 고생하니까~”
이빨을 훤히 내보이며 풀린 눈으로 주무시러 가는 아저씨, 아니 손님.
결혼 일찍 하셨음, 나보다 약간 어린 또래 자식이 있었을 거 같은 유쾌아저씨.
성격은 좋아 보이시는데, 왜 결혼 못 하셨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사정은 다 있는 거니까-.
여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어 보이는, 아저씨가 준 바닐라 아이스바.
밤 12시, 포스 앞, 찜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와인바에 있을 법한 빨간색 유광 스툴에 앉아 바닐라 아이스바를 베어물고 우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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