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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05. 2023

유쾌한 찜질방 식당, 24시간 영업중! (3)

‘엄마, 나 알바 잘 하구있엉ㅋㅋ 낼 아침에 봐요~~~’


엄마한테 문자 하나 날리고.


 주방에서 딩동 차임벨 소리 급하게 두 번 울려온다. 


지금 주문 음식 나올 건 없고, 아마 급하게 두 번 누른 걸 보면 권랑 할머니가 누른거. 


주방 대장 랑이 할머니는 행동도 빠르시구 요리도 뚝딱뚝딱 하실만큼 건강한데, 말투가 쌀쌀 맞다는 게 함정. 


아마 우렁쌈밥이랑 같이 나가는 상추 씻어 놓으려고, 창고에서 상추 가져오라고 심부름 시키시려 부르는 거 같다.



“네 가요~”



대답도 안하고 느리게 걸어가면 그 사이 역정 내실 게 분명. 


대답 따박따박 크게 하고, 다시 잰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한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이거 창고에다 갖다 놓고 상추 한 박스 가지고 와.”


식당에서 뒷문으로 나가면 찜질방의 하늘정원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놀기 좋게 꾸며놓은 아기자기한 놀이터쪽과는 다른 세계 같은 식자재 창고. 


마장동에 엄청 장사 잘 되는 정육식당 뒤켠에 있는 냉동창고처럼 육중한 창고 문을 볼 때면 무서운 상상이 든다. 


‘여기에 갇히면 얼마만에 얼어 죽을까? 하루? 반나절? 세네시간은 버틸 수 있을까?


영화에서 보면 얼어 죽기 직전에 같은 편이 와서 구해주던데. 내가 갇히면 누가 먼저 발견할까?'


쓸데없는 생각을 휘휘 저어 없애고 얼른 상추박스를 품에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언니야, 주말에 손녀 보는게 그렇게 좋아? 아주 입 찢어지겠어~”


주방 막내이모가 랑이 할머니한테 오른쪽 어깨를 치대면서 장난기 가득한 눈과 입으로 말을 건다.


헉. 랑이 할머니가 저렇게 웃는 얼굴이 있다니. 맨날 호랑이처럼 불호령이라서 권호랑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손자 손녀라는 건 어떤 존재인 걸까. 


적응 안 되는 랑이 할머니의 미소에 괜히 등골이 쭈뼛 선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우리 주방팀의 식사시간. 


밤 12시에 컵라면 손님이나 미역국 손님이 마지막으로 몰려오고, 그 뒤로는 잠잠한 틈을 타 우린 1시쯤 식사를 한다. 


오늘 메뉴는 뭐가 나오려나. 배고프고 졸리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구석쟁이에서 꾸벅대며 졸 수 있다. 시간아 흘러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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