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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16. 2023

오늘부터 대치동 학원가로 출근합니다

1화

“카페 오픈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우선 카페에서 알바나 직원으로 일해보시고 오픈하는 건 어떠세요? 그럼 돈을 벌면서 카페 업무를 익힐 수 있고, 직접 오픈하셨을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나에게 영어를 배우던 수강생분이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였는데 학생 시절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워 뒤늦게나마 영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아담한 키에 반짝이는 눈동자, 20대 초반에 잠깐 연기학원에 다니며 단역배우 역할을 했다던 그녀는 수업 때 내가 배고플까 봐 직접 만든 토스트나 음료수를 챙겨주기도 하는 마음씨를 가졌다. 


몇 개월 영어를 계속 배우다가 그녀는 카페를 오픈하고 싶다는 말을 내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녀를 응원했는데 한 가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내가 투자자도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좁혀야 할 필욘 없지만...!) 


난 그녀가 바로 카페를 오픈하기보다는 일을 배운 뒤에 오픈했으면 했다. 


아니, 자영업자 5년 생존율은 20~30% 수준이다. 신장개업 중국집, 치킨집, 안경가게, 카페, 마라탕집 5개 중 1개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철저한 대비와 준비를 해도 모자란데, 무턱대고 빚을 내서 카페를 낸다?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다 못해 매장에 어느 부분이 먼지가 많이 끼는지, 어떤 컵을 써야 예쁘고 어떤 컵을 써야 설거지가 쉬운지, 어떤 쇼케이스가 좋고 네모 테이블과 동그란 테이블 중 뭐가 더 효율적인지, 같이 일하는 알바들을 보면서 어떤 사람을 뽑는 게 좋을지... 배울 것 투성이가 아닌가?


물론 이거 저거 재다가 죽도 밥도 안 될 때도 있지만 이건 돈이 엄청 드는 일인데. 


어찌 되었건 그녀는 멋진 사장님이 되고 싶다며 시급 알바 튜토리얼은 건너뛰고 곧바로 실전 던전에 입성했다. 


그 뒤로는 영어 수업을 그만두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을 못 해봤다. 


30대에 들어서면서는 남의 인생에 조언 따위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수강생에게 저런 제안을 할 만큼 나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에 목숨을 건다. 


그래서, 오늘부터 대치동 학원가로 출근한다. 단, 강사가 아니라, 데스크 선생님으로!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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