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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20. 2023

패밀리 헤리티지

엄마: 야, 외삼촌이 지금 나(엄마)랑 너네들(나와 언니)이랑 나이차이 별로 안 나 보인대~


나: (엄마에게) 아우 언니, 당연한 걸 가지고 그래.


테이블에 있던 일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난히 달콤한 햇살 팡파레를 울려요
한껏 들뜬 발걸음으로 반겨줘요
따스한 그대의 품속으로
바쁘게 달려가 힘껏 안겨볼래요
시작될 거야 너와 내 이야기

다비치 – 팡파레 中



화창하단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오늘의 파랗디 파란 하늘.


금쪽같은 토요일 새벽 6시부터 일어난 건 대전에서 거행되는 사촌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다.


7시까지 씻고 준비한 뒤 7시 30분에 엄마 픽업, 8시 10분에 언니를 픽업하여 대전까지 직행!


한 번 나서면 나선 김에 근처 둘러볼 곳에 들르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단체 패키지 여행처럼 30분 동안의 꽃과의 인증샷 타임을 가졌다.


다리를 양쪽으로 찢고 가로 세로 핸드폰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프레임에 들어온 엄마를 향해 셔터를 미친 듯이 연타했다.


예식장에 도착하니 오랜 시간 얼굴을 못 보고 지낸 친척 동생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보고 성인 돼서는 거의 서로 만남도 연락도 안 하고 지냈는데 어느새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오늘의 신랑.


그래, 넉살 좋은 것도 외삼촌을 닮았네.


대학교 과대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진 것도 이것저것 감투 좋아하고 사람 기똥차게 챙겼던 외삼촌을 빼다 박았고.





야외 결혼식처럼 천장에서 축복같은 햇빛을 받고 생기있는 꽃과 나뭇잎 장식으로 꾸며진 식이 진행 되는 동안 엄마와 이모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얼굴이 똑같이 생겼다.


그림체가 조금 다른 작가 두 명이 모델 한 명을 두고 각각 그려낸 것처럼. 유전자의 신비란.


피로연장으로 내려와 뷔페에 줄을 서서 음식을 담는데, 누가봐도 외삼촌이랑 98%정도 똑같은 어른이 보였다.


얼굴 중안부가 길고 눈매가 깊고 아래로 처진. 나와 몇촌 지간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우리쪽(?)이 확실하군.



농담하는 것도, 넉살 좋은 성격도, 붕어빵에 찍어낸 것 같은 닮은 외모도.


패밀리 헤리티지.


오늘의 대전 나들이는 나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었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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