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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18. 2023

공포의 조카 돌보기 대작전

띠리리리- 띠리리리-

알람벨 소리가 귀에 꽂히자마자 등에 용수철이 발사되듯이 벌떡 일어났다.


치약을 묻힌 칫솔을 입에 물고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새벽 같은 운전을 도울 편의점 스페셜티 커피도 꺼냈다.


보통은 침대에 잠들어 있는 내게 남편이 출근 인사를 하는데, 오늘은 비척비척 일어나 잠을 깨고 있는 남편에게 나 먼저 간다 하니 남편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벌써?를 외쳤다.


내비게이션을 켜니 다행히 빨간색 구간이 거의 없다. 초록색이 가장 길고, 군데군데 주황 노랑이 초록색과 짧게 번갈아 줄무늬를 이루고 있다. 좋았어!


언니와 형부는 번갈아서 육아휴직을 모두 썼고, 복직을 할지 말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던 언니는 마치 카지노 블랙잭 테이블에서 결연히 올인을 외치는 사람처럼 용기 내 복직을 선택했다.


지난 며칠간 조카가 감기에 걸려 열이 치솟기를 반복해서 언니 부부는 연차를 썼지만 아직 아이의 상태가 완전히 낫지 않아서 오늘은 내가 봐주기로 해 부지런히 아침부터 분노의 질주 아닌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늦지 않게 도착해 출근하는 언니에게 조카와 빠이빠이를 한 지 30분도 채 안 된 시점.


한 눈 파는 순간 아이들은 사고를 친다더니, 아니 난 한 눈 팔지도 않고 아이를 보고 있었는데!!!



쇼파에서 일부러 미끄러지기 놀이를 하다가 조카는 에듀테이블 모서리에 옆구리를 부딪혔다.

 


국민템 에듀테이블


일, 이, 삼.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것은 도저히 내 눈앞의 작고 사랑스러운 꼬맹이가 낸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소리였다.


가히 전쟁 알림 공습경보나 지진 안전 안내 문자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성기에 의해 울려 퍼지는 듯했고, 그 데시벨이 얼마나 큰 지 소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진동에 가까웠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나는 그 순간 척추뼈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하나하나 엘사의 마법에 걸린 듯 써늘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도 조카를 몇 번 봐준 적이 있는데, 그때 울음과는 차원이 달랐다. 경기를 일으키듯 악을 지르는 아이를 보고 난 겁이 나 맹수 앞의 생쥐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의 갈비뼈가 부러진 건 아닐까? 아니면 내장 파열? 피가 나거나 멍이 들게 되는 걸까??



조카의 윗도리를 들어 올려 부딪힌 부위를 확인하했는데 아이가 앉은 상태로 손을 풍차처럼 휘둘러대고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곧바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언니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아이가 진정이 되는지 몇 분만 좀 더 기다려 볼까?



아이유의 3단 고음은커녕 7단 고음 정도 되는 옥타브를 올리며 얼굴이 터질듯한 만두처럼 변해 울고 있는 조카를 보며 일단 발길질에 맞더라도 부딪힌 부분을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카의 옷에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아이는 벌떡 일어나 위협하는 도깨비처럼 발을 구르고 차면서 만지지 말라며 악을 질러댔다.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갈비뼈나 배 안쪽을 정말로 다쳤다면 발차기 고사하고 움직이거나 일어나지조차 못했을 거니까.



쿠쿠에서 맛있는 밥을 완성했을 때 증기를 배출하는 것처럼 내 영혼이 머리 위로 슈우우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조카는 계속 울어댔고 나는 이전에 울음을 멈추는 데 효과가 있던 노래 부르기, 사진 보여주기, 유튜브 틀기, 다른 방에 숨었다가 까꿍 하기까지 차례로 시도했으나 폭파된 듯이 눈물을 펑펑 쏟아 내는 저 작은 인간 댐의 홍수를 나는 막을 길이 없었다.


비장의 카드였던 다이소 가기, 아이스크림 가게 가기, 편의점 가기를 추가로 들이밀었으나 이 아이는 현재 협상을 할 마음이 없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관철시키려는 그 무언가를 생각해내야 했다.


닥치는 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입 밖으로 내뱉다가 갑자기 조카가 고개를 끄덕이는 단어가 있었다.



"엄마? 엄마 찾으러 갈까?"



조카는 여전히 울음을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부딪혀서 아파서 울기 시작했는데, 결국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고 서러워서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거라니.



외출복과 양말을 신고 손을 잡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울멍울멍한 아이의 눈은 언제라도 심산이 비틀리면 당장 아파트를 폭파시킬 사운드밤을 장전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파트 1층으로 나오니 우연히 단지에 사는 듯한 길고양이 3마리를 만났다.



조카는 마치 엊그제 운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고야이 이름 모야? 고야이 왜 저기 쉬고 있디?" 하면서 눈물 자국도 안 마른 볼따구를 내 쪽으로 돌리며 질문을 해왔다.



하... (이마를 탁...)



고양이와 인사하고 놀이터랑 도서관도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쇼파에서 코어 근육을 자랑하며 괴상한 포즈를 하 계속 사진을 찍으라고 닦달하는 조카...




헬스 마니아들만이 도전한다는 #사이드레버 #가로본능을 하고 있다니... 그 어디도 다치지 않았음에 틀림이 없다....



이모 심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글쪼글해졌지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궁뎅스타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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