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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23. 2023

텀블러를 잡은 손에 미지근하게 전달되는 온기에 의지해서

2화

아침 6시 15분 기상. 7시 40분 버스 탑승.


초록색 마을버스는 바퀴 마찰 소리를 내며 정류장에 멈춰 섰고, 서 있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옆 사람의 맨 살에 팔뚝이 닿아 체온을 불쾌하게 나눠야 한다거나 쥐포처럼 납작하게 찡길 정도는 아니었다.


강남역으로 출근하던 시절엔 실로 목숨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득 찬 만원 버스, 아니 ‘오만원 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출근길을 겪었기에 이 정도는 난이도 Lv.1 출근길이다.



양재역에서 한 번 버스를 갈아타고 대치역에서 내리니 8시 30분.


첫 출근이 혹시 늦을까봐 일찍 왔는데 시간이 꽤 넉넉해서 파리바게트에서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텀블러에 주문했다.


속마음으로 아자아자!!를 외친 뒤 잠시 후 학원으로 힘차게 걸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일교차가 큰 건지, 약간 쌀쌀했지만 일부러 따뜻한 커피를 시켰기에 텀블러를 잡은 손에 미지근하게나마 전달되는 온기에 의지해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학원에 도착하니 원장님과 데스크 행정조교 사수 선생님이 이미 출근해계셨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계약서를 썼다. 두 장 짜리 단출한 시급제 계약서.


지금 생각하니 급여일이 안 쓰여 있는데, 급여라 하기엔 참으로 작고 귀여운 시급이라 나중에 물어봐도 별 탈 없을 것 같다.


대학교 졸업반인 사수 선생님은 다행히 10살이나 차이 나는 나를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편히 대해주며 친절히 알려주었다.


“쌤, 저 지금 잠시 쌤의 나이를 잊고 제 대학교 친구들이랑 이야기 하는 줄 알았어요.”


“편하게 해주시니 제가 더 좋아요. ㅎㅎㅎ”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온갖 밈에 찌든 나의 도파민 뇌가 젊은이와 대화할 때 이렇게 빛을 발하는구나........ㅋ


데스크 면접을 볼 때 원장님이 말씀하지 않았던 복지가 하나 있었다.


바로 식사 제공! 사수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일을 배우다가 점심 메뉴를 고르라기에 쌀국수를 먹자고 했다.


옷에 튀거나 초면에 이에 끼인 고춧가루를 보여주고 싶진 않으니 빨간 메뉴를 뺐고,


중식을 먹으면 너무 속이 더부룩할 것 같고, 일식 초밥 등은 단가가 좀 비싸니까.


(살짝 물어보니 대략 13000원 이내로 고른다고 하기에....)


평소라면 국물까지 드링킹했겠지만 초면이니 적당히 먹고 남은 한 시간 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복잡한데 하나씩 해나가면 되겠지.


6개월 데스크, 겁 나긴 하지만 가보자고!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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