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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30. 2023

갈팡질팡 좌우명 찾기


학생 때는 새 학기가 시작할 때 가정 상황, 가훈, 좌우명 등을 적어 내라고 했다.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구슬땀 흘리고 나라도 가정도 벌어 먹이기 급급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부모로 둔 나와 친구들 중 ‘찐 가훈’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학교에서 숙제로 제출하라 하니


“엄마, 우리 집 가훈 뭐야?”


하고 물으면


“가훈? 우리 집에 가훈이 어딨냐. 친구들은 뭐라고 쓴대? 대충 비슷하게 써서 내.”



결국 학급 친구들이 낸 가훈은 모두 한 가족인 것처럼 ‘사랑, 소망, 믿음.’


지금 찾아보니 성경에 나오는 글귀인가 보다. 종교가 있는 친구든 없는 친구든 다들 그냥 그렇게 써서 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친구 중 한 명이 자신의 좌우명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라고 말하며 소개한 적이 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현재를 즐겨라, 기회를 놓치지 마라.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인터넷 소설과 싸이월드의 시대를 살아온 나는 당연히 이 멋진 ‘감성’을 따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멋진 문구들을 수집해서 좌우명이라 불렀다.


‘자리 좌’에 ‘도울 우’를 쓰는 좌우명은 나에겐 ‘왼 좌’, ‘오른 우’처럼 자주 이랬다 저랬다 바뀌었다.


삶의 크고 작은 변곡점에서 그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가져다 붙였으니까.


그중 어느 것도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30대에 처음 들어섰을 때였나, 어느 순간부터 변치 않는 좌우명이 하나 곁에 머무르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건강할 때 건강도 챙기려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가끔 후회하는 순간들을 마주하는데, 높은 확률로 내 안의 소리를 듣지 않고 남이 하라는 대로 했을 때였다.


진부한 명언이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이 인생이란 긴 러닝타임의 영화에서 찰나의 순간에 엑스트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대로 행동하는 것, 후회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인간에게 입 하나, 귀 두 개라는 신체 기관이 있는 건 경청하라는 의미겠지만,

신체를 지배하는 정신적 차원에서 자유의지를 가진 건 그보다 먼저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뜻이 아닐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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