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 때 잠투정, 사춘기 때 따박따박 말대꾸, 고3 때 상전 노릇.
느긋함과 예민함의 스펙트럼에서 예민함 쪽에 가까운 기질을 타고 난 아이.
나는 ‘육아 난이도’ 최상 까진 아니지만 확실한 건 쉬운 편은 아니었다.
엄마한테 대드는 천둥벌거숭이 10대 시절을 지나 국가 인증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는 엄마와 싸우거나 큰 소리를 낸 적은 딱히 없다.
딱 한 번을 빼고는.
마음의 병을 얻고 회사를 뛰쳐나왔던 그때, 숨을 꺽꺽이며 오열하던 나는 엄마한테 고래고래 소리쳤다.
“엄마가 맨날 나보고 남한테 피해 주지 말라고, 착하게 살라고 해서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잖아!!!!!”
피해 주는 게 아니라, 정당하게 내 몫을 주장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난 불편함을 느낀다.
갈등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니 양보하고, 오히려 제 것도 못 찾아먹는 경우도 많고.
그 누구도 주지 않은 불필요한 부담과 걱정을 스스로 집어 먹고.
정당한 공격성, 나를 지키는 공격성은 꼭 있어야 하는 성향인데 이게 발달이 덜 된 느낌.
난 왜 이렇게 약할까. 착한 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요소일까. 그냥 안 착하고 싶은데.
그 날카로운 화살을 엄마에게 꽂고 말았다.
엄마가 착하게 살라고 해서 착하게만 살다 보니 나 스스로 지키지 못해 이 사달이 났다고.
지금 엄마랑은 여느 때처럼 사이가 좋지만,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아직까지 사과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 마음에 난 상처를 들여다보게 될까 봐 무서워서. 또다시 겁쟁이.
그래도 그렇게 털어놓아서인지 아님 이렇게 자기 것도 못 챙겨 먹는 게 쌓이고 쌓여 나도 스스로에게 진절머리가 나서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느리게나마 작은 것부터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다 인터넷에 떠도는 트위터 글귀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마지막 줄의 한 단어가 내 삶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 같아 눈물이 눈가에 울멍울멍했다.
나는 매 순간 투쟁해 왔다. 이기적인 것으로부터, 냉소적인 것으로부터.
깨달았다. 사실은 내가 바보 같은 약자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차가운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느라 가끔은 그토록 시릴 때가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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