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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ul 24. 2023

서툴고 미흡한

나는 TV 프로그램 돌싱글즈 팬이다. 


어제 학수고대하던 돌싱글즈4(미국 돌싱) 첫 회를 봤는데 출연자 한 명이 이야기했다.



저 원래 잘 안 떠는데,
문 열고 들어와서 여기 앉으니까 엄청 떨리네요.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출연자에게 괜히 마음이 갔다. 


강연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멘트를 많이 들었다. 


“많이 긴장이 됩니다.” “서툴러도 넓은 마음으로 봐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좋다. 


따뜻한 눈길로 보게 된다. 


사람도 동물인데 약점을 미리 드러내는 것 같아 보호본능(?)이 샘솟는다. 


아닌 척, 안 떨리는 척 할 수 있지만 터놓고 말하는 것에서 그 사람에 대한 벽이 사르르 허물어진다. 







한때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요리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당시 요리하는 모습, 조리복을 입은 모습, 내가 그날 만든 요리들을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먹는 것과 요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식조리사 자격증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다. 


그 때 사람들이 묻는다. 


“오, 그럼 자격증 따신거에요?” 


“요리 학원 다니면서 한식 조리사 3수 했는데 결국 떨어졌어요.” 


이상하게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크게 웃으며 좋아한다. 


나에 대한 경계가 녹아 없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서툴고 미흡한 사람을 ‘어엿비’ 여긴다. 옛말처럼 불쌍하게, 그렇지만 요즘말처럼 예쁘게도.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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