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헤어지자 말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시차가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by 김이로

친구 사이에도 연인 사이처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었다니! 이럴 수가! 당연한 것을 왜 이렇게 놀라냐고요? 물론 저도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적 있습니다. 다만 살면서 겪은 친구와의 이별은 서서히, 시나브로, 알게 모르게 진행되었는데, 이번엔 본격적인 "헤어짐"이어서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은 어느 날 내게 이별을 고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내게 헤어지자 말했던 이유를 찾기 위한 본격 탐색 수사물(?)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등장하는 친구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썼으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요약했음을 밝힙니다.





2020년 4월 7일 화요일

여닝 생일축하해~~~ 잘 지내구 있오?


……약 2개월 뒤……


2020년 6월 18일 목요일

수연아 혹시 무슨일 있어~? 카톡을 안봐서 걱정되네 ㅜㅜ...


이로야 안녕.. 마냥 피하기만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닌거 같아 답보내.. 그동안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하고 그랬었는데 내가 이기적이지만 편해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미안하구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에고.. 수연아 무슨 고민이 많았는지... 혹시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도 될까?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ㅠㅠ 바쁜 일상에서 연락 주고받고 하는 것들이 쉽지 않잖아.. 그런게 너한테도 부담되었던거야?


(무응답)


……약 8시간 뒤……


수연아 답장 안해도 되니 편하게 읽어줘. 네 생각 지민이랑 지호한테도 알려줬어. 우리 모두 같은 친구고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 언제라도 우리 안부가 궁금하면 다시 찾아줘~ 10년후든 20년후든~! 우리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다고 해서 친구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집이나 신변에 문제가 있거나 안 좋은 일 생겨서 그런 건 아니길 간절히 바래. 그럼 몸 건강하고 행복하고 마음 편해 지내고, 다시 말하지만 언제라도 돌아와도 돼~ 그럼 잘 지내 수연아!


그래도 가장 이해받았던 이로 너한테 이런 말이어도 답장을 해야겠다 생각했어..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으니까.. 그게 너한테 제일 상처를 주게 된 것 같아 미안해. 난 잘 지내고 있어. 내 학창시절의 한 부분이었던 너희들도 잘 지내길 빌게.




우리의 추억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우리 무리는 3학년 때에도 모두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만났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시내에서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밥은 보통 피자와 파스타, 볶음밥 등이 맛있는 단골 가게에서 먹었고, 커피를 시키면 조각 케이크 1개를 주는 카페에 매번 갔습니다. 카페에 10번 방문하면 다음 방문 시에 아메리카노 1잔을 무료로 주는 아날로그식 명함 종이 멤버십은 가위바위보로 한 명에게 몰아주곤 했습니다.



우리 무리 중에서 수연이는 일찍 결혼한 편이었습니다. 집들이로 놀러 가서 신혼집 구경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습니다. 친구가 아이를 낳고 난 뒤에도 집에서 만나기로 해 과일 선물을 들고 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은 회사원이 되고, 몇몇은 대학원에 가고 하면서 모두 전보다 바빠졌습니다. 다 같이 모이는 일은 점차 적어졌고 수다 떨던 단톡 방도 불이 꺼진 창고처럼 변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회사원이 된 후 주변 동료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친구들을 예전처럼 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중간중간 무리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했고, 결혼식에는 수연이가 참석했습니다. 그렇지만 대기실에 있는 신부 얼굴만 보고 일이 있다며 먼저 갔습니다. 정말 일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수연이가 다른 지역에 신혼집을 얻으면서 자주 못 보게 되었지만, 같은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친구들과도 1년에 1번 볼까 말까 해서 유달리 수연이만 못 본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렇게 수연이는 이별을 고하고 떠났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시차가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수연이가 결혼해서 새 가족을 꾸리고 생활하는 동안 저는 취업 준비를 하며 우리의 관심사가 달라졌기 때문일까요? 수연이가 일했던 업계와 정 반대의 회사에서 일했던 탓일까요? 수연이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결혼도 하지 않아 육아에 대해 무지한 제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수연이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뭔가 말이나 행동을 실수한 이유일까요?



아니면,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는 없는 걸까요? 시곗바늘 두 개가 열두 시 정각에 만났다가 점차 큰 각을 만들며 헤어지는 것처럼 그냥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 헤어졌던 걸까요.



친구한테 실연을 당했던 그날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또 시간이 흘러가며 잊히고, 이제 아주 가끔만 생각이 납니다.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헤어졌지만, 다시 만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수연이가 잘 지내기 바랍니다. 친구든 연인이든 헤어짐을 앞두고 있다면 꼭 이유를 알려주세요. 혼자 이별의 이유를 상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슬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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