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May 14. 2023

스무 살의 오월

5월은 여러 행사가 많다. 운동회, 종교 행사, 야유회, 소풍... 

날씨가 맑고 활동하기 좋은 온도이기 때문이다. 

새싹이 움트는 5월은 사람도 깨어나는 달이다. 

겨우내 뭉쳐있던 몸과 마음을 쭉 뻗어 산으로 바다로 놀러 나간다.



어린 시절에는 일 년 중 5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린이날도 5월이고, 멀미를 참으며 경주까지 놀러 가서 햇빛을 맞아가며 눈부신 단체사진을 찍는 소풍날도 5월이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웃기는 장난을 많이 쳤다. 

책상을 반대로 돌려 뒷문 쪽으로 앉아 있기, 반에서 싸움난 척하고 선생님 모셔와서 파티하기, 교육용 티브이 위에 체육복 바지를 올려놓고 "바지 좀 내려주세요~"라고 짓궂은 장난치기... 

5월엔 훈훈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날아 들어와 점심시간이 지나 졸음이 내려 쌓인 5교시 교실에 푸릇한 색을 칠하고 나간다.



성인이 되어서 맞이한 5월은 그 어떤 때보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 겪어본 대학 축제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듯 별천지였다.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가슴 설레는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팔랑거리는 소매의 옷을 입고 흰 장갑을 낀 멋진 응원단의 공연,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가수 뺨치는 실력의 노래자랑 고수들, 밴드부의 신나는 공연, 각 학과들이 저마다 준비하는 주점의 안주 냄새들..



처음 뷔페에 가서 눈이 휘둥그레 해진 아이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즐길 것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축제 기간이 이틀인 것이 아쉬워 배가 아플 만큼, 설레는 분위기에 푹 젖은 축제가 좋았다.



내가 졸업한 이후에는 캠퍼스 내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들었다.

직접 판매를 못 하니 먹는 손님들이 직접 술을 사 온다고. 

그래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든 지금, 열리는 축제 소식이 반갑다.



마음껏 꿈꾸던 그때, 스무 살의 오월.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달콤했고 일요일도 캠퍼스를 누비고 싶어 했던 시절. 

5월의 짙은 설렘이 또다시 날 찾아오길, 설레는 하루를 기대하는 행운을 또다시 만날 수 있길.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인벤토리 추가 아이템: 숯검댕이 키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