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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15. 2023

편의점 햄버거가 갑자기 땡겨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지만 의식주 3종 세트에서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식생활을 기준으로 나눠봅시다.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고 끼니때 아무 메뉴나 잘 먹는 사람, 먹고 싶은 메뉴가 마치 신의 계시가 내려오듯 머릿속에 불현듯 번뜩! 하는 사람.


저는 후자입니다.






어젯밤, 하얀색 대리석 식탁 앞에 앉아 CJ에서 나온 황태국밥을 한 술 뜨고 있었어요.


짭조름한 국물을 만족스럽게 후루룩 꿀꺽꿀꺽 마셔대고 있었는데, 엥?


"...라고..."
"네?"


"....으라고..."
"네??"


"편의점 햄버거 먹으라고!!!!"
"....!!"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소리가 번개처럼 내리쳤습니다.


네, 저는 이렇게 내 안의 먹신과 자아를 공유하며(?) 살고 있습니다.


황태국밥 마지막 방울을 싹싹 긁어 목구멍으로 넘긴 뒤 남편을 향해 질문했습니다.

 


지금 편의점 가면
햄버거 남아있을까?



순둥이 남편은 바로 일어나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합니다.


함께 집 앞에 있는 CU편의점을 향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돌봐주는 젖소무늬 야옹이가 손님용 야외 좌석 한편에 눈을 반쯤 감고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햄버거가 다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남은 건 계란 샌드위치랑 핫도그뿐입니다.


이런 대체재로 내 안의 먹신을 만족시킬 리 만무합니다.


남편에게 조금 더 멀리 있는 편의점에 같이 가자고 졸라봅니다.


순둥순둥이 남편은 그러자고 합니다.


낮에는 땀이 비질비질 나더니 저녁엔 일교차가 꽤 나서 쌀쌀합니다.


종종걸음으로 이마트24를 가니 다행히 원하는 햄버거가 남아있습니다.


미간 사이에 내천자를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인중에 가져다 댄 채 한 참을 매대 앞에서 햄버거들을 째려봤습니다.


‘어떤 햄버거가 가장 극대화된 효용을 제공해 줄까...’


작은 것에 목숨을 겁니다.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아무거나 대충 욱여넣을 순 없습니다.


A1 스테이크 소스가 들어갔고 보들하고 고소한 브리오슈 번을 사용했다는 버거를 최종 선택하였습니다.


조금 더 짭짤하면 맛있겠다 싶지만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몸엔 덜 나쁘지 않을까 하면서 크게 한 입씩 베어 먹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에 먹을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에요.


입병이라도 나서 김치를 못 먹거나, 건강검진을 앞두고 금식을 해야 하는 때를 떠올려보세요.


다음번 먹신의 계시가 기다려집니다. 오. 먹렐루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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