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ug 15. 2023

만두백서



올드보이 최민식은 오랜 시간 만두를 먹으며 참 많은 고통을 겪었겠지만 만두귀신인 나로서는 꽤나 그 생활을 견딜만할 것이다.


만두는 노동 집약적 음식이라서 그런지 종종 단골로 이용하던 가게가 없어질 때는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만 남을 뿐이다.


수원 파장동에 있었던 만두전골 무한리필 가게도 두 번 갔더니 없어지고 수원 호매실에 수경만두집도 세 번 갔더니 없어졌다.


다행히 수경만두집은 수원 정자동이나 안산에 몇 개가 있어서 마음먹으면 먹을 수는 있지만 만두전골집은 체인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장님과 가게는 행방을 홀연히 감춘 격이다.


마음에 드는 만두 집을 어쩌다 찾을 때면 혹여라도 문을 닫을 까 노심초사한다.







다행히 오랜 세월 지켜주는 만두집도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가메골손왕만두는 간판피셜 1978년부터 만두를 팔아 왔는데, 난 올해가 되어서야 처음 맛보았다.


그래도 그 명성과 위용이 대단해 고민 없이 바로 두 박스를 구매해서 냉동실에 쟁여 두고 먹었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신발원 역시 오래된 중화요릿집이지만 짜장면보다 만두가 유명하다.


몇 번이고 도전했는데 대기 시간의 압박에 못 이겨 여태 못 먹어봤다.





특이한 만두로 유명한 곳도 있다.


청주의 미친만두는 이름값 제대로 하는 미치게 매운 만두가 간판 메뉴다.


얼마나 매운지 임산부나 노약자에게는 팔지도 않는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왔을 때 딱 두 알을 샀다. 두 팩도 아닌 두 알.


남편과 집에서 나누어 먹는데, 나는 한 알을 15분에 걸쳐서 나누어 먹었다.


그때 생각을 하니 입 안에 침이 쭉 나온다.


으. 매운맛.


정말 매운맛 좀 볼래? 하고 악당이 도발하는 것 마냥 입 안에서 포탄이 터지듯 전쟁이 일어난다.


대구에 가면 만두소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피만 반 접어서 기름에 구워낸 만두가 있다.


그 만두로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양배추 초무침이나 쫄면 따위를 싸 먹는 요리를 납작만두라고 한다.


오묘한 매력이 있는 만두다.


내가 만든 대구식 납작만두






냉동만두인 풀무원 얇은피 만두, 비비고 왕교자도 야식으로 손색이 없다.


냉동만두의 상향 평준화로 이제 마트에서 어떤 만두를 고르든 꽤나 준수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수미쌍관으로 말하자면, 만두귀신인 나로서는 꽤나 반가운 일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아로새기다의 아로는 무슨 뜻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