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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ug 22. 2023

대중과 독립영화, 그리고 유에포


어쩌다가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생 때 단편영화, 독립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웹사이트가 있었다.


이름은 유에포, yoUeFo.






그때 당시에는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이고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때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은 영화관, 토렌트를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 케이블 TV 유료 구매(대여) 정도였다.


저작권 의식이나 콘텐츠에 값을 지불한다는 개념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옛날이다.


초중고딩 시절 소리바다에서 불법 다운로드 한 스무 남짓한 곡을 아이리버 mp3나 삼성 Yepp mp3에 넣고 등하교와 야자 시간에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토렌트에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하기 위새 컴퓨터를 켜 둔 채 자기도 했다.


일말의 양심이었는지 귀찮은 다운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어서 그랬는지 불법 음악과 영화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공
포 때문이었는지.


 유에포라는 웹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상업영화는 없지만 독립영화, 단편영화. 영화과 대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만든 영화 등을 볼 수 있었다.


원더걸스의 '소희'가 출연했다는 영화도 보고, 나홍진 감독의 <완벽한 도미요리> 본 기억이 난다.




출처: 다음 영화




 "뭔가 자본주의스러운 상업영화 대신에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보는 나"에 취하는 느낌은 꽤나 특별해서, "대중문화" 대신 "특별하고 고급진 정제된 취향"을 갖게 된 듯했다.


그렇게 영화를 즐기던 나는 점차 "대중"이 되어 가면서 유에포를 잊고 그 존재를 뇌의 비활성 저장소 어딘가에 처박아 두게 되었다.






며칠 전, 배우 고민시가 무명이었을 때, 여러 번의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자 스스로 각본을 써서 영화를 만들어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에포!



난 그 영화를 보고 싶었고 곧바로 묵은 귓밥을 긁어내는 귀이개처럼 유에포를 떠올렸다.


하지만 나 같은 "대중"이 많아서였는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자본의 물결" 때문인지.


유에포는 온 데 간데없었다.

(고민시 배우의 해당 영화는 유튜브에 찾으니 나왔다.)




아... 아쉬운 탄식을 하며 검색해 보니 유에포 서비스를 홍보하는 기사가 아주 오래전에 몇 개 있었고, 최근 글은 몇 개 없었지만 그나마도 나처럼 유에포를 추억하는 블로그 글일 뿐이었다.







 서비스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내 머릿속 스무 살의 치기 어린 추억과, 여전히 길을 가고 있는 모든 독립영화들을 위하여.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 <완벽한 도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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