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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ug 23. 2023

오른손으로 총을 잡고 겨눈다


한가운데 위치한 울대뼈가 순간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향한다.


시트의 각도에 맞추어 안 쪽으로 밀려들 듯하는 양 쪽 엉덩이를 각각 씰룩거리며 자세를 고친다.


핸들을 잡은 손목의 근육은 불룩 솟아 있고 힘이 들어간 듯한 손가락 마디들은 견고하게 보인다.


콧구멍이 평소보다 커진 상태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가슴이 부풀었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전방을 주시하는 눈은 몇 번이고 약 30도 아래의 계기판을 힐끔거리며 심장 소리가 요동쳐 귀 안에 있는 고막의 두근거림은 점점 더 크레셴도로 커지고 있다.


고개를 좌측으로 살짝 돌려가며 센터패시아 쪽에 고정해 둔 휴대폰 화면의 내비게이션 하단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콧김은 점점 더 거세진다.


 '할 수 있어.'라고 운전자 본인 말고는 아무도 없는 차량 안에 차에게 말을 건네는 양 중얼중얼 혼잣말이 퍼지고 있다.


비바람은 점점 몰아치고 와이퍼는 튕겨 나갈 듯이 아래가 고정된 채 좌우로의 진자운동을 계속하고, 손가락은 불현듯 켜져 있는 에어컨 버튼을 눌러 다시 오프 상태로 바꾼다.


속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액셀 페달에 올린 오른쪽 발은 심혈을 기울여 힘을 조절하고 있고, 평소엔 편안하게 풋브레이크 아에서 휴식을 누리던 왼 발조차 지금 이 순간만큼은 뻣뻣하게 굳어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고 있다.


디어 내비게이션의 남은 거리는 176m, 68m, 0m,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조그마하게 동그랗게 벌린 입술 사이로 안도의 한숨이 나지막이 후 나오고, 눈을 잠시 감았다 뜬 뒤 차에서 내린다.


오른손으로 총을 잡고 겨눈다.


드디어 주유가 시작된다.




'휴. 도로 한가운데 멈추는 줄 알았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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