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ug 25. 2023

통영 맛도리 다찌집 여행

여행 계획을 짤 때는 꽤나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가고 싶은 가게의 휴일, 브레이크타임, 효율적인 동선, 입맛...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와 육고기를 좋아하는 짝꿍을 위한 메뉴를 고르기 위해 애를 씁니다.


통영은 바닷가니까 해산물 요리를 꼭 먹어야겠는데, 짝꿍은 시무룩한 밥상이 되어선 안 될 테니 열심히 짱구를 굴려 봅니다.



예쁜 섬과 바다, 그리고 해산물이 있는 통영







통영에는 고유한 식당 문화가 있습니다. 바로 '다찌'입니다.


일반적으로 다찌는 일식당 같은 곳에 주방 쪽을 향해 일렬로 앉는 좌석 일컫습니다.


반면에 통영의 다찌는 맡김 차림 같은 개념입니다.


한 상에 4만 원, 7만 원, 10만 원 식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고 그날그날 주방장과 사장님이 다양한 메뉴 -특히 해산물-을 코스처럼 내어 주는 형식입니다.


맡김 차림인만큼 가게마다 조금씩 메뉴가 다르고, 한 가게라도 그날그날 사장님이 어떤 재료를 장 봐오느냐에 따라 조금씩 구성이 달라지기도 한답니다.


찾아보니 해산물과 회도 있지만 보쌈이랑 육사시미 등이 나오는 다찌집들이 있어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구성으로 골랐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으로는 벅수다찌, 울산다찌가 유명하다고 하고요.


저는 현지인도 많이 간다는 또바기반다찌를 갔습니다.


반다찌는 말 그대로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1인 2만 원 선) 구성물을 조금 줄여 알차게 나오는 곳이랍니다.






 첫 메뉴는 홍합탕과 가리비입니다. 다행히 짝꿍도 조개는 좋아합니다.





두 번째는 가자미조림입니다. 국물이 얼마나 짭조름하고 달콤한지 살을 다 발라먹고 직원이 접시를 회수하려고 할 때 더 먹을 거라고 막았습니다. 이 반찬만으로 새하얀 쌀밥 한 공기를 뚝딱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다음엔 감자전과 보쌈이 나왔습니다. 강판에 갈아 부친 강원도식 감자전, 채를 썰어 부친 감자채전은 먹어봤지만 세상에 이렇게 감자를 얇게 저며서 부쳐낸 전은 처음입니다.



해산물의 고장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보쌈도 일품입니다. 짝꿍의 눈치를 살짝 보니 다행히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메뉴들이 많이 나와 잘 먹고 있습니다.



다음은 해산물 스파게티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팀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 같습니다. 짜게 먹는 저로서도 약간 짠 느낌이 있어서 물을 많이 마셨습니다.






3종 생선구이와 회입니다. 고등어, 가자미, 볼락입니다. 신선함이 느껴지는 기름진 생선들을 맛보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살이 워낙 많아 이쯤 되니 배가 불러옵니다.



광어회는 숙성이 되어 달큰한 맛이 느껴집니다. 양이 많지 않지만 짝꿍은 회를 안 먹으니 모두 내 차지입니다. 그러면 충분한 아홉 점이지요. 회는 노란빛이 돌 수록 달고 좋다는데 괜히 더 노랗게 보이는 건 들뜬 마음 때문일까요.




 횟집에 빠지면 서운한 콘치즈와 레터링 서비스를 겸비한 계란말이로 반다찌의 막이 내립니다.




이 모든 음식을 다 합쳐 한 상에 35,000원. 서울에서라면 계란말이와 해물스파게티 두 개만 시켜도 35,000원이 넘는데 말이에요.



아무래도 다찌 먹으러 통영에 다시 가야만 하겠습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오른손으로 총을 잡고 겨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