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엔 촌스러운 분홍색 배스킨라빈스 숟가락이 항상 있었다.
지금음 산뜻한 살구색으로 바뀌었던데.
배스킨라빈스를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저 숟가락은 집에 있었다.
당연히 무슨 숟가락인지 모르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인지 중학교 1학년인지 역 근처 시내에서 처음 배스킨라빈스에서 슈팅스타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알게 되었다.
아. 집에 있는 그 숟가락이 이 가게거구나.
친구네 집에 가도 이 숟가락이 있었다.
엄마들의 넘버원 코렐 접시처럼. 모두가 맞춘 것처럼.
숟가락은 일회용으로 쓰기엔 너무나 견고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조미료 담당 숟가락으로 썼다.
주황색 뚜껑의 주먹만 한 설탕통, 소금통의 짝꿍. 이상하게 숟가락은 낡아서 버리거나 부러져서 버리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집에서 먹을 때 숟가락은 됐다고 말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변심하여 집에 가서 컴플레인이라도 걸까 봐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려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철저함과, 여럿이 밖에서 먹을 때 혹시나 하고 넉넉하게 숟가락을 달라고 주문한 나의 기우가 만들어 내는 대환장 콜라보의 결과였다.
요거트를 먹을 때, 야옹이 츄르에 약을 타 먹일 때, 잼이나 바질 소스를 떠낼 때.
다양한 것을 퍼 나르던 이 숟가락은 오늘 운 좋게도 제 자리를 찾아 배스킨라빈스 뉴욕 치즈 케이크를 떠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