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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Sep 04. 2023

똥만 잘 싸도 좋아


우리 집 고양이는 스트릿 출신이다.


길에서 살 때 무엇을 주워 먹고살았을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지내는 것보단 못한 것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타고나길 그런 건지, 다른 곳은 비교적 튼튼한 이 고양이는 장이 조금 약하다.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듯 우리 집 고양이도.







고양이에게 맞는 사료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변비에 좋다는 파이보도 사서 으깨서 밥에 타 주고, 변비냥이들이 먹고 황금똥을 봤다는 사료도 구해다 먹였다.


어느 정도는 잘 맞는 사료를 찾았지만 이따금씩 똥이 막히다가 한 번에 신음을 하며 힘겹게 배변할 때가 여전히 있었다.


동물병원 수의사 원장님도 차전자피를 추천했는데, 파이보(동물용 차전자피 상품)를 따로 먹이는 것이 참 쉽지 않아서 결국 차전자피 성분이 들어간 처방사료를 먹이게 되었다.


황금똥 후기는 많았지만 개묘마다 다를 테니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사료를 먹이고 약 3주가 되어 가는 시점에서 놀라고 말았다.


거의 내 똥... 만큼의 크기 두 덩이를 고양이 화장실에서 발견했을 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이토록 반가웠을까.


엄마들은 아기를 보고 똥만 싸도 이쁘다 하는데 나도 고양이가 배앓이 안 하고 똥 잘 싸니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었다.


잘 먹고 잘 싸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더 일찍 이 사료를 찾아다 줄걸 하는 후회와 미안함을 숨긴 채 고양이를 꼭 안아주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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