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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Sep 06. 2023

사람들은 왜 진짜를 좋아할까



지난 초여름, 회사를 그만둔 친구와 함께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


아침 9시에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친구를 만나 미리 파리바게트에서 테이크아웃해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주고 3시간 여를 달려 속초에 도착했다.


친구도 나도 여행할 때 걷는 것을 좋아해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초여름이라 그렇게 덥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바닷가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모래사장에서 친구가 기대했던 모래놀이(?)도 했다.


요새 유행이라는 하트 모래 프레임 사진 찍기였는데, 생각보다 깊게 팠는데도 원하는 각이 잘 안 나왔다.


모래놀이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젠지 모르겠다.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 비가 잔뜩 온 뒤 놀이터에 물웅덩이가 생기면 그 모래를 파내어 운하처럼 만들었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서툰 모래하트 사진을 찍고 초 중앙시장을 향했다.


 파워 J 두 명의 여행이어서, 미리 찜해둔 것들을 도장 깨기 하듯 샀다. 중앙닭강정, 속초샌드, 감자전...




먹거리를 사다가 한편에 지역 명물 빵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속초는 설악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설악산 단풍빵'이 지역 빵이었다.


그. 런. 데...



그 옆에는 '원주 복숭아빵', '영천 샤인머스켓빵', '안동 사과빵'도 팔고 있었다.


나는 설악산 단풍빵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 옆에 있는 다른 지역의 빵들은 사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어찌 보면 그 지역에 가지 않고도 명물 빵을 살 수 있는 기회인데.


사람들은 원조를 좋아한다.


그리고 진짜를 좋아한다.


물론 그 빵들 역시 원조이고 진짜이다.


같은 곳에서 만든 물건들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단순히 한 가지만으로 결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이성적인 판단 그 너머에 무언가가 존재하나 보다.


'원주 복숭아빵'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원주에 가서 쌓은 추억을 '원주 복숭아빵'에 담아 사 오고 싶은 건가 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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