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Sep 07. 2023

줌바댄스 화목반 맨 앞 줄

줌바댄스 화목반 맨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서는 여자. 


그녀는 50대로 추정됩니다. 


아담한 키에 둥근 테를 가진 안경을 씁니다. 


단발과 쇼트커트 사이 정도 되는 머리는 아기들이 묶는 앵두머리처럼 앞머리 부분만 위쪽으로 올려 묶습니다. 


땀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헤어밴드를 항상 착용하고 있고요. 


줌바댄스에 적합한 복장과 운동화를 신고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녀를 의식한 건 아닙니다.


언젠가 한 번, 수업에 늦어서 원래 서던 오른쪽에 사람이 많아 설 수 없어서 왼쪽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원래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서던 그녀는 늦게 온 제가 가장 왼쪽에 가서 서는 바람에 그날만 왼쪽에서 세 번째 사람이 되었죠. 


그때 그녀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LED 형광등에 더해 8월의 작열하는 태양빛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것 같은 그녀의 미소 때문입니다. 


50분 동안 계속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 줌바댄스 특성상, 저는 수업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몸의 부하를 느끼며 점점 표정이 썩어만 갑니다. 


그러다 어쩌다 그녀 쪽을 바라보게 되면, 그녀는 시종일관 웃고 있습니다. 마치 얼굴에 미소를 그려 놓은 것처럼. 


춤추는 그녀가 행복해 보입니다. 


그럼 그녀를 보고 나도 따라서 한 번 웃어 봅니다. 


비록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썩은 표정이 되지만, 행복한 그녀의 웃음에선 향기가 나는 듯합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