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댄스학원은 어두컴컴한 블랙 색상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가수 선미의 뮤직비디오에 나올 법한 예쁘고 몽환적인 조명이 포인트로 몇 개 설치되어 있다.
멋진 댄스학원의 인테리어
뚝딱거리는 나도 이 인테리어 안에만 있으면 '이런 나, 제법 멋쟁이예요.' 모드가 절로 되는 느낌이다. 댄스학원에 도착하면 원장님께 인사하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요즘은 더워서 샌들을 신고 가는데, 챙겨간 양말과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 비장하게 명부를 작성하고 댄스실로 들어선다. 지난 시간까지 배웠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먼저 온 수강생들과 선생님은 동작을 복습하고 있다.
춤을 배우는 첫 과정은 선생님의 시범이다. 노래를 틀지 않은 상태에서 동작 하나하나를 말로 설명해 주신다. 말만 들으면 아주 간단한 동작이다. 당장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다. 설명이 끝나면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신다. 그 후엔 하나, 둘, 셋, 넷, 선생님이 입으로 카운트를 세면 수강생들은 박자에 맞춰 동작을 춰 본다. 이때부터 댄스실 이곳저곳에서는 나부끼는 허수아비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닌가? 나만 그런가?! 사실 댄스를 배울 때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동작과 선생님 동작을 와리가리 하면서 보기 때문에 다른 수강생을 볼 시간이 없다. 아니 도대체 왜 내 몸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이는 거지!
멋진 동작을 배우고는 이내 허수아비가 되어 괴상한 의식을 치르는 나
카운트 추기가 몇 번 반복되면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지만 얼추 비슷한 동작을 흉내 내게 된다. 그다음엔 드디어 노래를 들으며 추는데, 처음엔 원곡 빠르기의 0.7배속, 즉 70%의 빠르기로 춘다. 애국가로 비유하자면, '도오오옹 해애애애 무우우울 고아아아아------ 배애애액 두우우우 사아아안 이이이이....' 정도의 빠르기다. 점점 수강생들이 동작에 익숙해지면 80%, 90%, 100% 원곡 빠르기로 올라간다. 느리게 연습하다가 100% 원곡 빠르기를 듣게 되면 왠지 선생님이 빨리 감기를 한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빠르게 느껴진다. 나는 100% 속도로 완벽하게 추고 싶은데 현실은 80%도 허우적 대면서 얼레벌레 따라가고 만다.
2021년 7월 무더운 여름, NCT DREAM이라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신곡 Hello future와 맛(hot sauce) 안무를 배울 때 일이다. 80% 속도로 춤을 추는데 갑자기 음악이 연결되어 있던 선생님 핸드폰의 버튼이 잘못 눌리는 바람에 속도가 200%로 흘러나오게 되었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이나 호러 예능에서 일부러 음성을 빠르게 튼 것처럼 말이다. 수강생 모두가 깜짝 놀라서 동작을 멈추고 낄낄거리며 한바탕 웃었다.
예기치 못한 음악의 빠르기에 당황한 눈동자와 손
100% 속도로 따라가기도 힘든데, 이렇게 가끔 인생은 예고도 없이 200% 속도로 강속구를 던지기도 한다. 어쩔 수가 있나. 그냥 웃고 넘겨야지. 벅찬 속도의 인생은 또 언젠간 듣기 좋은 속도로 돌아오고, 어떨 땐 늘어난 테이프처럼 숨 좀 돌리며 춤출 수 있게 80% 속도인 날도 있으니까. (늘어난 테이프가 무슨 뜻인지 안다면 당신은 최소 30대 이상!)
오늘의 댄스 한줄평: 삶의 속도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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