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학원에서 아이돌 춤을 배우다 보면 나만 안 되는 동작이 있다. 옆에 수강생들은 전부 척척 추는 것 같은데 나는 손이랑 발이랑 따로 논다. 심지어 내 옆자리 초등학교 4학년은 칼박을 지키며 깔끔하게 춘다. 앗 이건 꼰대 마인드! 나보다 어리다고 못 출거라는 전제가 기본으로 깔린 나쁜 발언이다. 내 주둥이를 한 번 친다.
나만 못 추는 현상은 ㅡ늘 그랬지만ㅡ 오마이걸의 던던댄스를 배웠을 때 특히 그랬다. 멤버 미미의 파트였는데 그 부분 박자랑 발 동작이 계속 헷갈려서 오마이갓이 되어버렸다.
선생님과 거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한 나의 춤사위. 자유를 갈망하나보다.
그날 진도를 다 나간 후에는 수업 마지막에 항상 각자 폰을 앞에 두고 본인의 춤 영상을 찍는다. 집에 가서 동작을 외울 때도 필요하고 틀리게 추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날에는 폰 영상을 찍기가 싫다. 모두 그렇지 않나!? 내가 못 하는 모습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 틀리고 바보같이 허둥대는 모습이 안쓰러울 만큼 웃기다.
집에 와서는 혼자만의 나머지 공부를 시작한다. 잘 안 됐던 부분을 0.7배속으로 틀어놓고 될 때까지 반복해서 춘다. 아니 내가 지금 이 나이 먹고 데뷔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응, 이렇게 해야 한다. 오늘 복습 안 하면 다음 진도는 더 엉망이 될 게 뻔하니. 어째 스트레스 풀러 가는 댄스 학원이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되는 것도 같다.
보통은 내 모습만 나오게 영상을 찍는데 하루는 수강생 전체가 연습방 말고 촬영방(촬영을 전용으로 하는 더 예쁜 방!)에서 찍어 보았다. 수강생 중 스마트폰 삼발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운데 폰을 놓고 대표로 촬영했다. 학원 유튜브에 올라오는 것처럼 고화질의 카메라무빙이 들어간 영상은 아니지만, 촬영방에서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뿌듯하고 색달랐다. 동작을 몇 개 틀리긴 했지만 옆 수강생들과 단체로 군무를 맞추니 멋졌다.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촬영방 영상을 돌려 보는데 처음 3번 볼 때는 나만 봤다. 그러고 4번째부터는 선생님도 보고 다른 학생들도 봤다. 어? 근데 선생님도 한 군데 틀리고 다른 학생들도 조금씩 동작이 달랐다.
그래!! 나만 못 하는 거, 아니야!!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교 가려고 수능 공부할 때 나는 수학이 죽어라고 안 되는데. 쟤는 어떻게 수학 1등급을 받는 거지? 다른 종족인가. 대학교 가서는 나는 알바에 학점에.. 챙길게 많은데 저 금수저는 알바도 안 하고 집에서 용돈 넉넉하게 받는구나. 부럽다. 막 학기 취업 준비 때는 나보다 학점 낮고 스펙 관리도 안 한 애가 대기업에 턱턱 붙는다. 나는 망할 놈의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문자나 메일을 받는다. 아씨. 뛰어나면 뽑아야지 뭐라는 거야?
나만 안 돼. 나만 맨날 틀려. 이렇게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사실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조금씩 서툰 부분이 있다. 나는 1절 인트로가 서툰데, 저 사람은 인트로 쭉쭉 나가다가 1절 후렴 부분에서 버벅거린다. 나는 20대가 죽어라 힘들었는데, 상대적으로 별 탈 없는 20대를 보낸 내 친구가 30대 때 고생깨나 할 수 있다는 거다. 집이 좀 살아서 부러웠던 친구가 알고 보니 가족 중에 병을 앓는 사람이 있던 걸 알게 된 적도 있고, 대기업 다니면서 차도 금방 사고 갤럭시 워치를 턱턱 사는 친구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데 사원에서 대리 다는 5년 동안 솔로다.
남들 다 잘하는데 나만 또 못하는 거 아니다. 송대관 아저씨가 나 태어나기도 전에 불렀던 인생 명곡으로 글을 마친다.
송대관 - 해뜰날 가사 中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되는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뛰고 뛰고 뛰는
몸이라 괴로웁지만
힘겨운 나의 인생 구름 걷히고
산뜻하게 맑은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오늘의 댄스 한줄평 :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