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학원에 등록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학원들의 홈페이지나 유튜브를 보면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
'힙한 옷이라는 것들이 이런 거구나.'
전에 1편에서 언급했던 대로 나는 줌바댄스를 다녔었다. 내가 다닌 줌바댄스학원은 수강생 나이대가 20대 전멸, 30대 2명, 40대 5명, 50대 13명 정도였다. 나이대가 방송댄스학원보다 높아서 그런지 수강생들의 복장은 보통 레깅스에 화려한 나시, 그 위에 그물(?) 망사. 요가복 레깅스에 박시한 티셔츠가 대부분이었다.
케이팝 댄스 학원 유튜브 영상에는 하나같이 조거 팬츠라고 불리는 바지가 등장했다. 보통 추리닝과 비슷한데 발목 부분에 고무줄 시보리가 들어가 있어서 발목을 잡아주는 형태의 바지이다. 위에는 딱 붙는 크롭팬츠(내가 어릴 땐 우리 아빠가 배꼽티라고 불렀었던)를 입는 사람이 많다.
마마무 화사가 자주 입는듯한 이런 힙한 옷을 입어보고 싶었지만, 극 실용주의를 달리는 나는 댄스 때만 입고 (내 기준엔) 평소엔 입을 수가 없는 옷을 새로 사는 게 꺼려졌다.그리고 왠지 평소 내 옷 스타일과는 달라서 작정하고 꾸미는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부끄러웠다. 사실은 꾸밈과는 거리가 먼 편안 하디 편안한 그 옷을, 입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학원을 등록하고 옷을 고민하다가, 결국 평소에 집에서 잠옷으로도 입을 수 있는 커다란 박스티를 지그재그 어플에서 3장 주문했다. 댄스 첫날, 새로 산 검은색 티를 입고 학원에 갔다. 역시 선생님도 조거 팬츠, 고수로 보이는 수강생 한분도 조거 팬츠. 나처럼 댄스를 처음 배운다는 대학생도 조거 팬츠. 조거 팬츠를 안 입은 사람은 나랑 내 옆에 선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자매뿐이었다.
아래 3개가 댄스를 위해 새로 산 티셔츠 3장. 위에는 그 후에 산 댄스용 반바지 1+1.
그래도 뭐 벗고 온 것도 아닌데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 하면서 다음번에는 더운 날엔 반바지도 입고 가고 계속 평범한 옷들을 입고 다녔다. 그렇지만 옆 수강생들과 선생님의 멋진 옷을 보면서 부럽기는 사실이었다.
그러다 문득 트와이스의 Alcohol-Free라는 곡을 배우면서 무대 영상을 찾아보다가 멤버 나연이 착용한 반다나가 눈에 띄었다.
'헉 진짜 예쁘다.'
[출처: 유튜브 MBCkpop 쇼! 음악중심 무대]
자주 사용하는 쇼핑 어플 티몬을 켜서 반다나를 검색하고 무료배송 필터를 눌렀다. 저렴한 반다나들이 잔뜩 나왔다. 4개 이상 사면 무료배송을 해주는 판매자에게서 고민 끝에 색도 패턴도 다른 반다나를 4개 맞춰 샀다.
색색깔의 반다나.
배송이 오고 나서 바로 다음 날에 초록색 인디언 체크 반다나를 하고 학원에 갔다. 프로 아이돌처럼 과즙 미소를 짓는 방법은 모르지만 기분은 확실히 좋았다.
탈모같이 나왔지만 탈모 아님
아직 멋진 옷을 입을 용기는 부족하지만 반다나의 무게 40g만큼 멋을 부렸으니 다음에는 좀 더 멋진 걸 할 수 있겠지! 다음번엔 용기를 내서 크롭티도 입어보고 조거 팬츠도 언젠간 도전해 볼 날이 올 것이다. 사실 평소에 못 입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잘 어울리고 편해서 입고 다닐 수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