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안 틀린 척 계속 추면 돼

05. 순간은 지나가고 노래는 흐른다

by 김이로

추석 연휴가 지나고 금요일 수업에는 하루짜리 노래를 배웠다. 블랙핑크 제니의 첫 솔로 데뷔곡 "Solo"의 리믹스 버전이었다. 방송사 연말 무대나 데뷔 기념 특별 무대로 추정되는 곳에서 제니가 뿌까 머리를 하고 동양적인 붉은색 의상을 입은 채 추는 곡이다.



언제나 그렇듯 제니의 치명적인 춤 선은 내게로 와서 삐걱이가 되었다. 어디 불편한듯한 골반 튕기기, 닭발 같은 손의 포즈. 이제 익숙해져서 별로 웃기지고 않다.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진지하게 배우고 있다는 것!



어딘가 몹시 불편해 보이는 골반과 닭발같은 손



추석 다음 주간에는 걸그룹 위클리의 홀리데이 파티 (Holiday party)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리도 다리인데 손으로 하는 잔 동작이 진짜 많았다. 이걸 추면서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 거지? 박지성처럼 두 개의 심장 정도는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배울 땐 3분 같았던 30초 분량의 동작을 익히고, 원곡 70% 속도로 느리게 반복을 한다. 3번 정도 하다가 선생님이 80% 속도로 올렸다. 아니 쇼핑할 때 10% 할인하면 진짜 코딱지만큼이라 할인받는 느낌도 안 들던데 무슨 노래 속도는 10% 올렸는데 광속으로 내달린다. 분명 방금은 얼레벌레 따라 했는데 지금은 엉킨 실뭉치처럼 추고 만다.



틀리는 구간이 속절없이 늘어난다. 그래도 바보같이 가만히 멈추지는 않는다. 느리더라도 빼먹더라도 일단 몸을 움직인다. 나는 데뷔할 것도 아니고 프로 아이돌도 아니지만 여기가 무대라고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다. 아니 틀리고 넘어지는 아이돌들은 있어도 가만히 무대에서 멈춰서 있는 아이돌은 없잖아?



요즘 유행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나도 열심히 본다. 프라우드먼의 멤버인 댄서 립제이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국제 대회에 나간 립제이는 왁킹을 추다가 무대에서 미끄러지고 만다. 하지만 엉덩방아를 찧을 수도 있는 그 상황에서 립제이는 멈추지 않고 팔로 몸을 지탱하고 바닥에서 비보이나 비걸처럼 댄스를 이어나간다. 마치 원래 댄스가 그런 동작이었던 것처럼. "립제이 실수 리커버리 영상"이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다. 궁금한 사람은 찾아봐도 좋다.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우면서도, 그리고 립제이의 실수 리커버리에서도 의미 있는 울림을 얻을 수 있다. 삶이 무대와 같다는 식상한 비유를 다시 한번 꺼내자면, 우리는 멈추지 않는 무대 위의 연기자다. 실수할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멈추지 말고 계속 뭐라도 하면 된다. 뻔뻔하게 안 틀린 척, 원래 내 파트는 이렇게 추는 것인 척, 고개 들고 뭐라도 흔들어 재끼자.



어차피 실수한 건지 틀린 건지는 남들은 잘 모른다. 내가 볼 때만 티 나는 거니까 기죽지 말자. 누가 묻거든 당당히 말하자.


"내 파트는 원래 이게 맞는데?"




오늘의 댄스 한줄평 : 순간은 지나가고 노래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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