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크롭티에 조거 팬츠.

06. 용기 내보자, 과하지 않다.

by 김이로

나에게 취한다. 오. 멋지다. 나 지금 멋짐력 100인 것 같아. 옷빨인가 잘 춰지는데?








나의 댄스복은 보통 헐렁한 박스티에 흔하디 흔한 검은색 추리닝 바지다. 춤출 때 편하기도 하고 대놓고 멋 부린 옷들은 입기에는 맨 얼굴에 머리도 안 감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갈 때가 다반사여서. 우리 반 수강생들 절반은 멋있게 차려입고 오고 나를 포함한 절반은 티에 추리닝을 입고 온다.




평소의 댄스복 옷차림




멋진 옷 사고 싶지만 내가 댄스 학원을 얼마나 오래 다닐지 모르고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옷들도 아니다 보니 매번 고민만 하다가 사지 않았다. 요가 학원 다닐 때도 그 흔한 요가 레깅스 없이 반바지 입고 했었으니까. (다행히(?) 요가는 3개월 하고 그만뒀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커서 배꼽티 입고 다니면 혼쭐날 줄 알라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 유효한 건가? 아무튼 나는 헐렁헐렁하게 댄스 학원을 다녀왔다. 여름이 지나 가을, 겨울이 다가오면서 바뀐 건 그 헐렁한 옷차림 위에 후드티 하나를 더 걸쳤다는 것. 춤을 추다가 더워지면 겉에 걸친 후드를 벗고 반팔만 입은 채로 춘다.



최근 M.net에서 방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인상 깊게 보면서도 머리와 화장, 의상을 멋지게 세팅하는 댄서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음악과 콘셉트에 따라 과감한(?) 의상을 소화하는 것을 보고 역시 프로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K-유교걸인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노출은 반팔, 반바지, 춤 영상 찍을 때에 한해서만 배꼽 위 쪼금. 끝이다. 더 이상의 에누리는 없다. 민소매? 크롭티? 과감한 V컷 티셔츠? 핫. 어림도 없지.




하지만 내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뚝딱거리면서 춤추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올리곤 하는데, 그것을 본 나의 절친한 친구들.



"야, 우리 얘 멋있는 옷 좀 사주자."



다른 수강생들은 옷도 멋있게 입고 긴 머리도 휙휙 넘겨가면서 춤추는데, 나만 꽁꽁 싸매고 살 색이라고는 팔뚝만 보이고 머리도 그냥 하나로 질끈 묶고 추니까 못내 아쉬웠나 보다.




한참 지난 늦은 생일파티 자리에서 (방역수칙 준수했음!) 친구들이 선물을 줬다.



"풀어봐 얼른~"

"뭐야?"


처음에 보인 건 귀여운 미키마우스 프린트 양말. 그리고 다음은 손바닥 두 개 합친 것 만한 쫀득한(?) 천. 그다음은 편안해 보이는 검은색 조거 팬츠. 마지막은 옷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갈비뼈 아래로는 아무런 천이 없고 모자와 긴 팔소매만 존재하는 반 쪽짜리 후드티.





"악! 이게 뭐야?"


댄스 할 때 배를 까란다. 멋진 옷 좀 입고 주눅 들지 말고 춤추란다. 아니 나 데뷔하는 거 아니라고.


손바닥 두 개 만한 천 쪼가리는 몸에 딱 붙는 크롭탑이었다. 크롭탑을 입고 그 위에 반 쪽짜리 후드티를 뒤집어쓰면 된단다.


"아니 우리가 크롭탑 살 때도 목이 더 파인 거 사고 싶었는데 네가 안 입을까 봐 참고 참아서 최대한 목 안 파인 걸로 샀어."


K-유교걸에게 서양 문화를 전파하는 글로벌 마인드 친구들. 고맙다.


주말 생일파티가 지나고 월요일 첫 수업, 우물쭈물 부끄럽긴 했지만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선물 받은 것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풀 착장하고 갔다. 팔을 드는 동작에서는 안에 받혀 입은 민소매에서 겨드랑이가 빼꼼해서 부끄러웠지만 옷이 날개라고 몸이 가볍게 움직였다.



겨드랑이... 살려줘...



배우고 싶었던 곡인 트와이스의 The Feels를 배워서인지, 나를 춤추게 하는 친구들의 따스한 마음 덕분인지, 자신감 뿜뿜하게 만드는 멋진 새 옷들 덕분인지, 틀리는 부분 없이 모든 진도를 멋지게 췄다! 이번 곡은 연습 많이 해서 촬영방 촬영해야지!




오늘의 댄스 한줄평 : 용기 내보자, 과하지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