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에 굳은살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양쪽 발의 새끼발가락에 있다. 나는 약간의 오다리이고 어릴 때 팔자걸음을 걸어서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다. 아마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어 새끼발가락 부분이 반복된 압박을 받아 생긴 것 같다.
굳은살은 평소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걷는 날엔 어김 없이 본인의 존재감을 뽐낸다. 운동화를 신었다 할지라도 무리한 날에는 굳은살 부분이 아프다. 마치 오늘 만큼의 압박은 다 받았으니, 더 이상 누르지 말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다. 김이 퐁퐁 나는 뜨거운 샤워를 하고 나오면 발바닥은 물에 불어 흐물흐물해지는데, 굳은살 근처만은 뻘겋게 변하기만 하고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따뜻한 물도 굳은살을 녹일 수 없다.
사격을 할 때, 양궁을 할 때, 골프를 칠 때. 조준점이 1mm만큼만 틀어져도 10cm 이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목표지점에서 100배 이상 떨어진 곳에 불시착한다.
내 새끼발가락의 굳은살이 자신의 높이 1mm만큼 나의 경로를 비뚤게 설정한다면, 나는 지구 한 바퀴를 걸었을 때쯤 어디에 닿아 있을까. 미국을 향해 가려던 나는 쿠바에 닿아 럼주 한 잔을 마실 수 있겠지. 지금의 나약한 나도 마음에 작은 굳은살 하나가 생긴다면 100배는 더 강한 나로 태어날 수 있겠지.
딱딱한 굳은살은 걸을 때 발가락을 자극해서 아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주 많이 걷는 날엔 그만 좀 걸으라며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나에게 제동을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의 날에는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그 자리에 눌린 채로 묵묵히 버텨준다. 그리고 그 자리엔 또 더 큰 굳은살이 자리잡는다. 비뚤어진 걸음걸이로 생긴 굳은살은 역설적이게도 나를 올바른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