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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Dec 27. 2021

유튜브와 일촌 파도타기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다음, 네이버 같은 검색 포털과 유튜브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자가 만나는 첫 화면이다. 포털도 개인의 관심사를 설정해서 해당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얀 검색창이 포털 첫 화면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이다. 반면 유튜브는 내가 어제까지 보았던 영상들을 기반으로 알고리즘 공식을 거친 추천 영상들이 시시각각 보인다. 바야흐로 취향을 추천받는 시대다.


방송과 유튜브의 위상도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콘텐츠를 유튜버가 따라 했다면 이젠 방송사에서 유명 유튜버들을 섭외해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 10대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의 광고비는 유튜브로 집중된다. 아이들의 장래희망도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유튜브는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앞으로는 소개팅 자리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묻는 것보다 서로의 유튜브 구독 채널을 구경해보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이렇게 나를 너무 잘 아는 유튜브가 아쉬운 면도 있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 말고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보고 싶을 때, 내가 어떤 새로운 검색어를 입력해야 할지 나도 모를 때. 이전 싸이월드 세대라면 모두 알 것이다. '일촌 파도타기.' 지금의 '맞팔'개념인 나의 '일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친구의 '일촌'들의 홈페이지도 구경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걸쳐 '일촌 파도타기'를 거치면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타투이스트, 친구의 친척 언니인 운동선수, 연극배우가 된 연락 끊긴 초등학교 동창... 보물섬을 탐험하는 유랑 해적단처럼 사람을 파도 탔던 그 시절. 지금 유튜브에서는 더 기상천외한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대신 그 사람들을 최소한 한 번은 내가 직접 검색해야 한다. 전혀 랜덤 하지 않은 랜덤, 시작을 쥐어주어야 그다음 시작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나만을 위한 큐레이션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추천해준 큐레이션 목록을 넘기며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꽤나 길다. 어느 때는 고민만 하다가 어플을 꺼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커다란 미지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싶었던 나는, 이제 유튜브가 만들어 놓은 '나만을 위한 미로' 안에만 갇혀있는 플레이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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