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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ul 22. 2022

열어둔 창문에 스미는 빗소리와 낮잠 자는 고양이

시작이다.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


문을 열어두었다. 바람없는 비가 오는지 창문을 열어도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우리집 고양이는 서재방 창문 앞 높은 서랍장에 올라 창 바깥을 보며 냄새를 킁킁 맡다가 곧 길쭉한 고등어 모양으로 몸을 펴고 잠자고 있다.



서재방은 북쪽 방이라 어둡다. 옆 건물이 공사중이라 파란색 천막을 쳐 두어서 햇빛이 드는 날에는 푸른 빛이 도는 방이 된다. 오늘은 비와서 그런지 암실이 따로 없다. 불을 안 켜니 컴퓨터와 나만 존재하는 방 같다.


사실 이사온 집이 그렇게 맘에 들진 않는다. 이전 집에 익숙해진 동선이 바뀌어서인지, 주차 자리가 불편해서 매번 이웃에게 차를 빼주어야 해서 그런건지, 이사 들어오는 날부터 빠그러진 집주인과의 관계 때문인지.


그 모든 이유에서인지.


목표로 하는 1년이 지나면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 맘처럼 되지 않으면 2년을 버텨야겠지.


어차피 모두 지나간다. 며칠 전 들은 유튜브 명상에서 그랬듯이. 지나가는 것에 마음 쓰지 말자. 담아 두지 말자.


가시 돋힌 선인장을 꽉 잡고 아파하는 나.


선인장이 나를 아프게 하는걸까, 가시난 선인장을 놓지 않고 쥐고있는 내가 나를 아프게 하는걸까.


비워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빗줄기가 약해졌다가 갑자기 세차게 바닥을 친다.


비워야 채우고, 바닥을 보여야 위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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