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열다섯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거실도 없는 작은 투룸,

그곳은 우리 둘만의 세상이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아

그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였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마다

김치의 매운 향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졌다.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 순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가 내게 건넨 첫 월급은 156만 원.

남편의 용돈, 공과금, 전세 대출 이자

그리고 빠듯하게 넣은 적금을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고작 30만 원, 많아야 40만 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나를 움츠러들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갑에 만 원 한 장 넣고 장을 보러 나서는 길이 왜 그리도 설레는지.


콩나물 한 봉지, 어묵 한 팩을 담고 돌아오는 길.

형편이 조금 나은 날이면

시장 입구에서 파는 호떡 하나를 사 먹는 호사를 부리며, 그 달콤한 기름 냄새를 음미했다.


좁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그 공간에서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함께 잠이 들었다.


그 하루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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