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어느 늦은 오후, 휴대폰이 울렸다.
결혼 전 친하게 지내던 후배였다.
회사에 자리가 났다며, 나만 괜찮다면 자신이 추천해 보겠다는 메시지였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나는 몇 번이고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단순한 일의 제안보다도, 나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 사실이 고마워서 메시지를 닫지 못한 채 한참을 머물렀다.
그 순간, 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작은 입술이 내 몸에 매달려 모유를 빨고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아이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데도 휴대폰 속 메시지는 자꾸만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이게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문이, 아주 잠깐 열렸다는 느낌.
그 문 너머에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전의 내가 선명하게 서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때, 젖을 문 채 잠든 아이가 작은 소리를 냈다.
나는 잠시 젖어 있던 생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아이는 젖병을 물지 않았다.
오로지 모유만을 찾았다.
나 역시 그랬다고, 엄마는 늘 말했었다.
그걸 모르고 모유를 끊었다가 몇 날 며칠을 굶었고, 그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언제나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잊을까 봐,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너는 아이를 낳으면 꼭 모유를 먹여.”
오빠는 돌이 될 때까지 모유로 자라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나는 겨우 한 달 남짓.
병원과 약봉지가 익숙했던, 잔병치레가 잦은 내 어린 시절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그래서인지 나도 아이를 낳으면 꼭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어떤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