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회사에 나가게 된다면, 모유 수유는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유축은 어디에서 하고, 짜낸 모유는 또 어디에 두어야 할까.
무엇보다도 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오자, 가슴이 서서히 조여왔다.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뎌도 완벽해 보이는 답은 없었다.
밤은 깊어가는데, 생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늦은 밤, 나는 후배의 메시지를 다시 열어 보았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이 고마웠다. 진심으로.
아직도 누군가가 나를 떠올려 주고 있다는 사실에 잊히지 않았다는 안도와 함께, 한때의 내가 다시 불려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따뜻한 마음 위로 또 다른 감정이 겹쳐 올라왔다.
내 몸이 아직은 이 아이의 일부라는 사실.
지금의 나는 온전히 나만의 존재가 아니었다.
아이의 호흡에 맞춰 나도 숨을 쉬고, 울음과 잠 사이를 오가는 리듬에 하루가 자연스럽게 맞춰지고 있었다.
나는 이미 이 작은 생명의 시간 속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이를 재운 뒤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울리는 동안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선배, 오랜만이에요.”
“응, 너무 오랜만이다.”
“생각은…, 해봤어요?”
반가운 목소리에 숨을 한 번 고르고, 미안함을 눌러 담아 말했다.
“어쩌지. 지금은 안 될 것 같아.”
말이 입을 떠나는 순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비어졌다.
무언가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스스로 문을 닫아버린 사람처럼.
나는 그 자리에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어쩌지 못한 채, 잠든 아이의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한 손이 무심결에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 순간, 이 손을 놓지 않는 것이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나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아이를 좀 더 키운 뒤에, 기회는 다시 올 거라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