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번째 이야기
아이는 자라날수록 눈부시게 사랑스러워졌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떻게 내가 이런 아이를 품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이 차오르곤 했다.
아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가 한결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말을 배우기 전에는 제 생각을 전하지 못해 울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말문이 트이자 아이의 목소리는 놀랄 만큼 맑고 고왔다.
“우와, 진짜 맛있다.”
“정말?”
“엄마가 해주니까 더 맛있어.”
남자아이임에도 청아한 목소리로 얼마나 예쁜 말들을 건네는지.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하나하나 보석처럼 느껴졌다.
그 모든 순간들이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살아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눈빛과 웃음 앞에서는,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함정이었다.
아이의 성장은 너무 빨라서, 때로는 숨이 막혔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얼굴, 또렷해지는 말투, 점점 더 정교해지는 그림들.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깊어질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두려움이 함께 자라났다.
언젠가는 더 이상 이런 순간을 마주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유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둘째는 없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그러나 아이가 웃을 때마다, 내 손을 꼭 잡아줄 때마다 그 다짐은 조금씩 흔들렸다.
게다가 딸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아이 옷을 사러 가면 늘 여자아이 옷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화사한 원피스와 작은 리본, 알록달록한 신발들 앞에서 ‘나도 내 딸에게 입히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수없이 되뇌던 다짐이 아무 힘도 갖지 못했다.
알고 있었다.
남편을 생각하면, 아이 하나라도 잘 키워놓고 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마음은 자꾸 다른 방향을 향했다.
딸 하나만 더 낳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바람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