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이야기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만 마음에 두자,
오히려 숨이 트였다.
그 뒤로 아이는 큰 병치레 없이 잘 자랐다.
무엇보다 공을 좋아했다.
특히 축구공만 보면 눈이 반짝였고,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다.
하지만 아빠는 늘 늦게 들어왔고, 주말이면 잠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는 그의 부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배낭에 축구공을 넣고 아이와 버스를 탔다.
집 근처 공원에 도착하면 아이는 작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였다.
공을 차고, 웃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등에 업고,
배낭은 앞으로 멘 채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아이를 안은 아빠와, 그 옆에서 환하게 웃는
내 또래의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이 뻐근해졌다.
나는 차라리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왔었다.
그러면 기대하는 마음도 없을 것이고,
그만큼 실망하는 일도 줄어들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장면 앞에서 그 다짐은 힘을 잃었다.
아이를 안은 아빠와 곁에서 웃는 엄마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 평범한 풍경이 내게는 낯설었고, 그래서 더 아팠다.
없는 사람이라 여기자고 스스로를 달래도,
그 부재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나도 저런 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고개를 들었다.
억누르려 해도 울컥하는 마음은 막을 수 없었고, 눈물은 고집스럽게 차올랐다.
결국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현실을 견디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방편일 뿐,
진짜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