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세 번째 이야기
둘째를 갖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첫 아이가 큰 어려움 없이 찾아와 준 탓에, 이번에도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달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대했다가 허탈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희망도 점점 가라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
테스트기 위에 선명한 두 줄이 나타났다.
창으로 스며든 햇살에 그 선들이 잠시 번져 보였다.
가슴이 벅차올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꼭 딸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다시 귀한 생명이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그저 기쁘고, 감사했다.
그 소식에 무심하게 반응하는 남편에게도 예전처럼 상처받지 않았다.
이미 그럴 거라 예상했으니까.
둘째를 임신한 후엔, 남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임산부가 먹고 싶은 게 없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걸 모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던 어느 저녁,
퇴근한 남편이 내 앞에 불쑥 딸기 한 상자를 내밀었다.
“너, 딸기 좋아하잖아.”
나는 말없이 상자에 든 딸기 두 팩을 냉장고에 넣었다.
내가 감동이라도 받을 줄 알았는지, 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나는 이제 딸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딸기만 보면,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남편이 했던 말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왔다.
“작작 좀 먹어. 이 비싼 딸기를 도대체 얼마나 먹는 거야.”
비수처럼 마음을 찌르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남편만 모르는 듯했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땐,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차라리 일찍 포기시키고 싶었다.
대신, 내가 무엇이든 되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의 몫까지 내가 사랑해 주겠다고.
그래서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조차 진작 내려놓았다.
기대하는 마음을 접어야 살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