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쉰다섯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첫째는 늘 밖으로 뛰쳐나갔다.


놀이터는 그 아이의 세상 같았다.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건 늘 그 아이였다.


나는 둘째를 아기띠로 업고 그 뒤를 따라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작은 몸은 내 품에 매달려 있었고,

첫째는 미끄럼틀과 그네 사이를 쉼 없이 오갔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그렇게 우리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놀이터는 점점 조용해졌다.


퇴근한 아빠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둘 데려갔다.


일곱 시, 여덟 시.


오후에 출근하는 앞집 아빠마저 아이를 데려가고 나니, 넓은 놀이터에는 우리만 남았다.


가로등 불빛이 바닥에 희미하게 번지고,

차가운 바람이 모래 위를 스치며 지나갔다.


“우리도 이제, 그만 가자.”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체념을 담아 말을 건넸다.


아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 고집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다들 집에 들어갔잖아. 너랑 애기도 저녁 먹어야지.”


그때였다.


미끄럼틀 꼭대기에서, 아파트 정문을 바라보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우리 아빠는 언제 와?”


순간, 목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의 맑은 목소리에 비해, 그 질문은 너무 무거웠다.


정문 앞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차에서 내려 아이를 안아 올리는 아빠들의 모습이, 모두 우리와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매일 마지막까지 놀이터에 남았던 이유가

아빠를 기다리느라 그랬다는 생각에,

대답 대신 눈물이 차올랐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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