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네 번째 이야기
내 몸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몸이 달아오른 것처럼 여기저기 쑤셨고
팔다리는 납덩이처럼 축 늘어졌다.
원래부터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무너질 줄은 몰랐다.
“오늘 하루만… 조금 일찍 들어오면 안 될까.”
겨우 휴대폰을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은 끊겼고, 목소리는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
잠깐의 공백이 흐른 뒤, 남편이 말했다.
“알았어. 최대한 빨리 갈게.”
하지만, 시계는 무심히 흘러갔다.
오지 않는 남편 대신
나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한 명씩 씻기며 욕실과 거실을 오갔다.
기운이 빠져 텅 빈 몸을 억지로 끌며
그저,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잠든 아이들 옆에서 약을 삼키고 나서야
나는 겨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았고, 의식은 금세 가라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가운데 무거운 발소리를 느꼈다.
남편이, 이제야 돌아온 모양이었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낯선 온기가 섞여 있었다.
차가운 손이 이마를 스쳤고
잠시 후 물수건 하나가
툭, 이마 위에 얹혔다.
그게 뭐라고.
적선하듯 건네진 물수건 하나가 뭐라고.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그 작은 배려가
내게는 너무 커서
가슴 어딘가가 서늘하게 시렸다.
어쩌다 나는
이런 과자 부스러기 같은 관심에도
감지덕지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물수건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 마음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 같았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초라하고
무심이라 하기엔 애매한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애매한 온기.
나는 그 물수건 아래에서
아픈 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