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남편과 산다는 건

쉰세 번째 이야기

by 달빛여우



그러던 어느 날, 둘째가 감기에 걸렸다.


첫째 때는 열이 오르면 밤새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가며 어떻게든 열을 내리려 애썼다.


하지만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느라, 내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밤이 되자 미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내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아이에게 약을 먹였다.


잠시 후,


들려온 칭얼거림이 분명 평소와 달랐다.

순간, 불안이 번개처럼 스쳤다.


그동안 너무 지쳐 있었던 탓일까.

나는 아침까지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는 걸

눈을 뜨고서야 깨달았다.


눈을 뜨자마자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차가웠다.

이마만이 아니라, 온몸이 싸늘했다.


아이의 몸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숨소리는 가늘고 불안정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남편이 자는 방으로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출근한 뒤였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정신을 붙잡고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었다.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앞집 언니에게 첫째를 부탁한 뒤 곧장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가,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조금만, 조금만 버텨줘.’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간절한 마음을 쏟아내며 아이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응급실에 도착해

아이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모든 죄책감이 나를 향해 몰려왔다.


내 욕심으로 세상에 태어나
내 부족함 때문에
이 아이가 아픈 것만 같았다.


“하나님,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작디작은 손을 붙잡고, 나는 그 말만을 되풀이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의 숨이 조금씩 고르게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꾹 참고 있던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그저 모든 것이 다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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