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다섯 번째 이야기
처음 체육관 문을 밀어 열던 날,
낯선 공기가 먼저 나를 맞았다.
고무바닥 특유의 냄새.
셔틀콕이 라켓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경쾌한 파열음.
가볍고 맑은 그 소리가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크게 울렸다.
낯선 곳에 한 발 안으로 들어섰을 뿐인데
오래 잠가 두었던
세상의 문턱을 넘는 기분이었다.
레슨이 시작되자 몸은 금세 굳어버렸다.
채를 쥔 손은 어색했고,
어깨에는 쓸데없는 힘이 들어갔다.
한 발짝 내딛는 동작조차 매끄럽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셔틀콕은 번번이 허공을 가르고 떨어졌다.
웃어넘길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작아졌다.
누군가에게 보이고,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몸보다 먼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잘하지 못하는 나.
서툰 나.
어딘가 모자란 나.
익숙한 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때, 클럽 회원들이 환하게 웃었다.
“처음엔 다 그래.”
“천천히 하면 돼.”
그 말에는 이상하리만큼 무게가 없었다.
평가도, 재촉도, 비교도 없었다.
다만 ‘괜찮다’는 공기만이
부드럽게 나를 감쌌다.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회장님과 언니들은
서툰 동작을 고쳐주면서도
한 번도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
라켓 잡는 손을 살며시 바로잡아 주고,
발을 옮길 타이밍을 웃으며 알려주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처음에는 그 다정함이 오히려 낯설었다.
이유 없는 친절과, 조건 없는 격려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어색했다.
나는 늘 누군가를 돌보는 쪽에 서 있었다.
그에 맞춰 내 하루는 잘게 쪼개져 있었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이름보다 역할이 먼저였다.
누군가의 필요에 응답하는 사람이 곧 나였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달랐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 컨디션 어때?”라고 묻고,
셔틀콕 하나를 건네며
“한 번 더 해보자”라고 말할 뿐이었다.
공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도
아침은 달콤했다.
운동화 끈을 묶고 집을 나서는 시간,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이
유난히 가벼웠다.
그 시간만큼은
아내도, 엄마도 아닌
그냥 ‘나’였다.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