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며칠 동안,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이 가정을 지켜야 할까,
아니면, 이 관계를 정리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까.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생각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하루는 ‘그래도 버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가,
또 하루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고민을 반복하며,
처음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막연한 생각이
점차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는 이미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단지 한 집에 함께 사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버텨주고,
서로 무너지지 않도록 조금씩 기대며 살아가는 것.
서로를 존중하고, 힘든 순간에는 함께 짊어지려는 마음이 필요했다.
그럴 때 비로소,
그것을 가정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그걸 붙들고 있던 사람은 나 혼자였다는 것을.
마음이 이미 떠난 관계를,
무너지지 않은 것처럼 유지하려고
나는 혼자 버티고 있었다.
괜찮은 척, 조금만 더 견디면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아이들 때문에 더 망설였다.
‘그래도 부모가 함께 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질문이 가장 오래 내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그저 버티듯 함께 사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일까.
그 질문 앞에서,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인정하기로 했다.
이미 끝난 관계를 붙잡는 것은
그저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그만 놓아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