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세 번째 이야기
나는 엄마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엄마 얼굴을 살폈다.
아픈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늘 보던, 평소의 엄마였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왜 병원에 있는 걸까.
“애들은?”
엄마가 먼저 물었다.
“애들 아빠가 데리고 있어.
그런데… 입원은 왜 한 거야?”
잠시 나를 보던 엄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 검사 좀 받느라.”
엄마는 이모를 힐끗 보며 말했다.
“주말쯤 얘기하려고 했는데,
네 이모가 먼저 말했네.”
그 말이 끝나자
병실 안은 잠깐 조용해졌다.
엄마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크게 아픈 건 아닐까,
온갖 상상을 다 했는데.
검사 정도면 심각한 상황은 아닌가?
마음이 조금 놓이면서
그제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도 따라 웃었다.
눈가의 잔주름이 더 또렷해지고,
머리카락 사이로 흰빛이 보였다.
'엄마가 언제 이렇게 늙었지.'
가슴이 묘하게 저렸다.
뒤이어 며칠 동안 쌓였던 고민과 걱정이
한꺼번에 뒤엉켜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얼른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늦었다.
“너 왜 그래?”
엄마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말을 못 하고 있는 나를
엄마는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무슨 일 있지.”
그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상황에
엄마에게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게 맞을까.
목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엄마, 나 그게….”
그때였다.
곁에 있던 이모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아휴, 언니도 참. 지금 그런 얘기할 때야?"
말투에는 답답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네 엄마, 난소암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