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네 번째 이야기
“그것도 난소암 3기.”
그 말이 내 귓속에서
천둥처럼 울렸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떨어지는 눈물을 숨기려
엄마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내 시야에 엄마 배가 들어왔다.
임산부처럼 부풀어 오른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순간 현실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뱃속에 물이 꽉 차서…
빨리 수술해야 한대.”
이모는 말을 끝내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정말 겨우 이혼을 결심했다.
그런 내게 엄마가 입원했다는 소식은
가슴을 정면으로 후려치는 주먹 같았다.
간신히 숨구멍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하나의 벽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 같았다.
왜 하필 지금일까.
그와의 끝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다잡은 바로 이때,
왜 엄마가 아픈 걸까.
나는 엄마의 병보다 먼저
내 상황을 떠올렸다.
엄마가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내 고민만 앞세웠다는 사실이
치가 떨릴 만큼 죄책감으로 밀려왔다.
“이게 뭐야….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왜 그랬어….
엄마가 이러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눈물이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되도록 힘든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죽음이 목전에 닥친 걸 알면서도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입을 다문 엄마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정작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진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 같았다.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엄마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 질문이 스치자
심장이, 찢어졌다.